[GOAL 인터뷰] 싱가포르 프로 선수들이 K리그 훈련에 참가한 이유
[골닷컴] 김형중 기자 = K리그 각 팀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올 시즌 프로 무대에 첫 도전하는 천안시티FC도 팀 만들기에 돌입했는데, 이 자리에 특별히 초대된 선수들이 있다.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 탄종 파가르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파툴라 라흐맷(20)과 탬파인스 로버스의 옹 유엔(19)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천안시티FC 훈련에 참여했고, 이달 2일부터 5일에는 인천유나이티드 U-18팀, 수원삼성과 U-18팀과 함께 훈련하며 한국 축구를 경험했다.
이들의 이번 방한 훈련은 두 선수의 현지 에이전시인 룩북 스포츠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현재 자국 리그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고, 20세 이하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되는 선수들이지만 아시아의 축구 강호 한국 팀들의 훈련 시스템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지난 4일 두 선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싱가포르와 한국 팀 훈련의 차이점, 그리고 K리그2에서 진행 중인 아세안 쿼터에 대한 생각, 향후 한국 무대 도전 의지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두 선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파툴라: 청소년 대표팀을 통해 한국 축구 선수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그 후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나 K-wave 등 항상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에이젠시를 통해 한국 팀들과 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되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유엔: 프리시즌을 앞두고 개인 훈련에 집중하던 중, K리그 및 유소년 팀과 훈련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고민 없이 한국에 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몸소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실제 훈련을 해보니 싱가포르 팀에서의 훈련과 무엇이 다른가?
(인터뷰 시점은 천안과 인천 U-18팀과 훈련을 마친 후, 수원 U-18팀 훈련은 하기 전)
파툴라: 제일 먼저 지난주 같이 훈련한 천안시티FC는 선수들이 매우 지능적이며 순간 속도가 빨랐다. 훈련 내내 빠른 의사 결정과 템포 조절이 필요했다. 항상 집중하고 주변을 의식해야 해서 체력과 집중력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또한 천안은 프리시즌이라 체력 단련에도 큰 중점을 두고 있었으며, 소속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그들이 왜 K리그2라는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뛸 수 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훈련한 인천 U-18 팀의 경우엔 볼 감각을 끌어올리는 훈련들이 많았다. 또 유스 팀임에도 불구하고 피지컬적으로 탄탄한 선수들이 많았다. 훈련 시설 등 인프라도 좋았고, 팀 식사와 같은 문화를 통해 선수들의 단합심을 느낄 수도 있었다.
유엔: 전체적으로 프리시즌이라 체력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리는 세션들이 많았다. 싱가포르에서 접한 것 보다 훨씬 더 고강도였고 템포도 빨랐지만, 같이 훈련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도움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인천 U-18팀은 빠른 공수 전환과 압박, 포지셔닝 등의 전술과 기술 훈련이 많았다. 세밀한 디테일과 피드백이 인상 깊었으며, 유스 시스템 또한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어 한국 축구가 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K리그 아세안 쿼터를 통해 아직 크게 성공한 선수가 없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파툴라: 이번에 경험해보니, 경기의 흐름과 템포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면에서 빠르게 진행된다고 느꼈고,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피지컬도 강해야 성공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안산 그리너스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스나위 선수를 익히 잘 알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아세안 쿼터를 통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번 훈련으로 K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들을 짧게나마 체험할 수 있었고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 더 멋진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
유엔: K리그의 레벨은 굉장히 높다. 그래서 동남아 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면에서 뛰어나야 된다. 그리고 K리그의 높은 수준 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 언어, 날씨 등 여러 다른 요소들도 선수가 적응하는데 있어 큰 영향을 끼친다. 더 많은 동남아 선수들이 더 어린 나이에 다양하게 경험하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대로 싱가포르 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도 있다. 그들과 경쟁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파툴라: 귀화하기 전 송의영 선수, 김신욱 선수 등 상대했던 한국 선수들은 항상 독특한 매력과 장점이 있었다. 특히 어떻게 몸을 사용하고 균형을 유지하는지, 장점들을 보고 배웠다. 다가오는 시즌에도 여러 한국 선수들과 상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양한 장점들을 잘 캐치하려고 한다. 이를 내 스타일에 맞춰 색을 입혀,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유엔: 김신욱과 송의영 선수는 배울 점이 많고 싱가포르에서 여러 선수들이 롤 모델로 삼는 선수다. 나 또한 두 선수의 플레이를 통해 많이 배웠다.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과 위닝 멘탈리티, 그리고 피지컬적인 부분들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몸소 체험하며 받아들여야 한다고 느꼈던 부분이다.
젊은 나이지만 이미 싱가포르 클럽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더욱 경험을 쌓고 한국 무대에도 도전하고 싶은가?
파툴라: 여전히 배우고 있고 선수로서, 목표의 근처도 오지 못했기 때문에 매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 언젠가 한국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이번 여정을 통해 더욱 커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에서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훗날 한국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잡고 싶다.
유엔: 많은 동남아 선수들에게 한국에서 뛴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싱가포르에 돌아가서 더욱 더 발전해, 이번에 같이 훈련했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분들과 다시 뵐 날을 기약하고 싶다.
현재 AFF 미쓰비시컵이 진행 중이다. 동남아 축구 열기가 뜨거운데 전체적인 경기력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파툴라: 신장과 체격은 동아시아 혹은 유럽 국가의 선수들과 차이가 있지만, 정신력과 체력은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AFF 미쓰비시컵은 물론, 다른 국제 대회에서도 팬들에게 좋은 경기로 보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유엔: 정신적과 체력적인 부분이 향상된다면 분명 경기력이 발전될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한다. 그리고 이번 훈련 참가를 통해 느낀 점은, 한국의 유스 시스템의 장점들을 잘 도입한다면 높은 퀄리티의 선수들이 더 배출될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럼 장기적으로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진 = 룩북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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