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섬에 쥐가 침입하면 물고기 성격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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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생태계에 끼친 영향은 먹이그물을 타고 퍼져 상상하기 힘든 변화를 일으킨다.
영국 랭커스터 대가 주도한 연구에서 열대 섬에 들어온 집쥐가 그 섬 주변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음이 밝혀졌다.
레이철 건 랭커스터 대 박사(현 독일 튀빙겐 대) 등은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환초 3곳에서 쥐가 침입한 섬 5곳과 한 번도 쥐가 들어오지 않은 섬 5곳을 대상으로 '주얼 담셀피시'란 물고기의 영역 지키기 행동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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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쥐가 바닷새 줄이자 생태계 ‘연쇄 반응’ 불러
새 배설물 줄자 산호 조류 생장 떨어지고
조류 먹던 물고기는 영역 방어 포기
사람이 생태계에 끼친 영향은 먹이그물을 타고 퍼져 상상하기 힘든 변화를 일으킨다. 18세기 유럽의 선박에 편승한 집쥐가 인도양의 외딴 산호초에 유입되면서 벌어진 일은 그런 예다.
쥐는 어린 바닷새와 알을 공격했고 새의 배설물이 유일한 영양원이던 산호초의 조류와 그것을 먹고살던 물고기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영국 랭커스터 대가 주도한 연구에서 열대 섬에 들어온 집쥐가 그 섬 주변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음이 밝혀졌다.
레이철 건 랭커스터 대 박사(현 독일 튀빙겐 대) 등은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환초 3곳에서 쥐가 침입한 섬 5곳과 한 번도 쥐가 들어오지 않은 섬 5곳을 대상으로 ‘주얼 담셀피시’란 물고기의 영역 지키기 행동을 조사했다. 자리돔과의 이 물고기는 산호초 가지에서 자라는 조류를 뜯어 먹고 사는 농부로 자신의 밭을 맹렬하게 지키기로 유명하다.
대양에서 물고기 등을 잡아먹은 바닷새는 섬의 둥지에 날아와 쉬면서 배설한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영양분 공급이 어려운 대양 섬에서 바닷새의 배설물은 유일한 영양원이다.
그런데 침입한 집쥐가 알과 새끼를 공격하면 바닷새 집단은 붕괴하게 된다. 연구자들이 조사한 쥐 서식 섬의 바닷새 밀도는 집 없는 섬보다 720배나 낮았다.
구아노 영양분 공급이 격감하면 빗물을 통해 주변 산호초에 주던 비료도 줄어든다. 산호초로 흘러드는 질소의 양은 쥐 서식 섬에서 251배나 적었다.
산호 가지에 자라는 조류를 먹는 초식 물고기에게 쥐의 침입은 나쁜 소식이다. 영양 부족으로 먹이인 조류가 잘 자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소출이 적으니 밭을 넓힐 수밖에 없다. 농부 물고기의 영역은 쥐가 없는 섬에서 0.48㎡였지만 쥐 서식 섬에서는 0.62㎡로 훨씬 커졌다. 넓은 영역을 전처럼 악착같이 지킬 수도 없어졌다.
건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쥐 없는 섬의 주얼 담셀피시는 비옥한 자신의 영역을 공격적으로 방어한다”며 “방어하는 데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쥐 섬의 물고기는 덜 공격적이다. 그는 “조류 밭에서 얻는 영양분이 거의 싸울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향은 농부 물고기의 행동 변화로 그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다른 산호 종의 확산, (악착같은 방어가 사라진 영향으로) 다른 산호 물고기 분포, ‘애향심’을 잃은 담셀피시가 앞으로도 살아남을지 등 훨씬 넓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건 박사는 “농부 물고기는 조류를 뜯어먹어 이루었던 산호와 조류의 균형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공격성이 떨어지면서 다른 물고기가 산호를 이용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난다”며 “생태계는 장기간에 걸쳐 미묘한 균형을 이룩했기 때문에 어떤 교란도 생태계에 연쇄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Ecology & Evolution, DOI: 10.1038/s41559-022-0193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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