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25도·뉴욕 19도 '이상한' 겨울 더위…전문가 "막을 단계 지나"
스키 산업·과수업 등에 악영향…영·독·프는 지난해 평균 기온 '사상 최고'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유럽과 미국이 때 아닌 이상 고온으로 역대 가장 따뜻한 1월을 맞았다. 러시아가 의도한 에너지 위기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스키장이 문을 닫고 과일 작황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구 온난화 때문으로, 지난해 유럽 각국의 평균 기온도 사상 최고로 끌어올렸다. 일부 기후학자는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한 피해를 "이제 더이상 막을 수 없다"면서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놓쳤다고 말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영국과 최소 8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가장 따뜻한 1월1일을 맞았다. 체코와 폴란드, 네덜란드,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덴마크, 라트비아,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의 8개국이 새해 첫날인 1일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18.9도를 기록했고 영국도 1월1일 16.3도를 기록하며 이날 기준 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후로도 따뜻한 날씨는 계속되어 프랑스 남서부 지역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갔고 스페인 빌바오는 25.1도를 찍었다. 시민들은 빌바오 외곽의 구겐하임 미술관 바깥에 앉아 일광욕을 즐겼다.
미국 역시 높은 기온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불과 성탄절 무렵만 해도 미국의 많은 지역에 눈보라가 몰아쳤는데 이제는 남부와 뉴잉글랜드 많은 지역이 평균보다 높은 기온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4일 약 19도를 기록했다.
더운 겨울은 유럽의 스키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고 미국의 일부 스키 리조트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복숭아 주산지인 조지아주는 더운 날씨를 걱정하고 있다. 꽃봉오리를 형성하고 가을에 튼실한 열매를 맺으려면 어느 정도의 찬 온도가 필요한데 올해는 추운 겨울이 실종되어 버려서다. 따뜻한 겨울 후의 복숭아 열매는 작고 모양도 좋지 않을 거라고 농장주들은 걱정했다.
1월 초의 따뜻한 겨울은 최근 계속되어온 기후 변화의 일부다. 영국 기상청은 4일 2022년이 평균 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10도를 넘어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였다고 밝혔다. 기상청 학자들은 '기후학 역사에서 주목할만한 순간' 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연 기후(산업화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의 기후)에서 평균 10도를 기록하는 것은 약 5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반면, 현재 기후에서는 3~4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2.7도 더 오르면 평균 10도는 매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에 비해 날씨가 온난한 프랑스 역시 1900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2022년이 역사상 가장 따뜻했다고 지난 11월 밝혔다. 지난해 평균 기온(잠정치)은 14.2~14.6도 사이로, 2020년에 세운 이전 최고 기록인 14도를 넘어섰다. 독일 경우는 지난해 평균 기온이 10.5도로, 앞선 최고 온도 기록과 동점이었다.
영국 기상청의 알렉스 버킬 선임 기상학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겨울 날씨를 '전례가 없는 엄청난 더위'라고 표현하면서 "따뜻한 공기 덩어리가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형성되어 유럽 전역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버킬은 "이 공기가 널리 퍼졌고 덴마크, 체코는 물론 독일 전역에서 1월 기온이 기록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기상학자 스콧 덩컨은 아프리카 서해안의 비정상적인 해수 온도를 고려하더라도 이번의 놀라운 기온 상승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많은 과학자들이 올해 따뜻한 겨울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구체적으로 분석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더위도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로 인한 장기적인 기온 상승 추세에 들어맞는다고 보고 있다.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의 카르스텐 스미드 기상 전문가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정확히 기후 과학자들이 10년, 20년 전에 경고했던 것이며 이제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면서도 훨씬 더 급격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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