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치다 쇄골 부러져… 처음 배울땐 자세가 중요”[우리 직장 高手]

오해원 기자 2023. 1. 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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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드림MC아카데미 대표가 지난해 가을 전북 군산CC에서 퍼트를 한 후 웃고 있다. 김 대표는 행사 진행을 통해 자주 찾았던 군산CC에서 자신의 골프 인생 최저타도 맛봐 더욱 의미가 깊은 골프장이라고 했다. 김종덕 제공

■ 우리 직장 高手 - 김종덕 드림MC아카데미 대표

골프관련 행사 진행위해 입문

재미없이 무식하게 연습하다

‘골프는 괴롭다’생각에 그만둬

스크린골프 열풍에 다시 시작

‘레슨 프로’진행하며 실력 늘어

2019년 라이프 베스트 78타

즐겁지 않으면 골프는 ‘노동’

내가 행복해야 동반자도 행복

김종덕(48) 드림MC아카데미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여러 스포츠 현장을 누비는 방송인이다. 특히 실업배구 시절부터 장내 아나운서를 시작해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한 2005년부터 현대캐피탈, 흥국생명의 홈 경기가 열릴 때면 빠짐없이 현장에서 선수, 팬과 함께 호흡했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 다양한 대회와 브랜드 행사의 진행을 맡았고, 최근에는 TV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박진이, 김가영, 강덕균 등 유명 미디어프로의 스피치 교육도 맡았다.

오랫동안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던 김 대표가 골프에 입문한 것은 21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골프를 열심히 즐기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그저 골프와 관련된 행사를 진행하려 사전 지식을 얻기 위함이었다. 필드에 나갈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 근처 골프연습장을 찾았다. 하지만 김 대표가 기억하는 골프와의 첫 만남은 고통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지금 생각하면 골프를 처음 배울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자세로 배웠다. 그래서 골프는 괴로운 운동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잘못된 자세로 배우다가 왼쪽 쇄골이 부러진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골프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쉽게 정을 붙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나름 열심히 골프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잘못 배웠다고 훈수를 두니 아픈 몸은 둘째치고, ‘지금처럼 골프를 계속 배우는 것이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결국 김 대표의 첫 번째 골프는 그렇게 쓰린 기억으로 남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아팠던 첫 만남을 뒤로하고 한동안 멀어졌던 골프와의 두 번째 만남은 스크린골프의 확산으로 문턱이 낮아진 이후다. 김 대표는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정말 무식하게, 재미도 없이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골프가 늘겠지’라는 생각만 했다. 지금도 연습장에서 쉬지 않고 열심히 공만 때리는 사람들을 보면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친구, 지인들과 스크린골프를 하면서 골프의 재미를 다시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골프 실력이 빠르게 좋아진 비결은 직업적 특성도 한몫했다. 프로골퍼와 함께 레슨 프로그램을 진행할 기회가 생겼고, 실력 좋은 골퍼의 노하우를 가까이서 전수받으며 평균 90대 후반이던 스코어가 80대 중반까지 빠르게 늘어 친구, 지인과 스크린골프는 물론 어느 동반자를 만나더라도 즐겁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비록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력을 더 키울 기회는 사라졌지만 당시의 소중한 경험 덕에 어려웠던 골프와 친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단순히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프로가 골프를 대하는 자세를 배우고 난 뒤에 골프의 퍼즐이 맞춰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까진 앞이 보이지 않는 미로 속을 헤매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해야 할 듯하다”고 했다.

김 대표의 라이프 베스트 기록은 78타. 2019년 가을 자신이 안방처럼 즐겨 찾는 전북 군산의 군산CC에서 경험했다. 173㎝, 69㎏의 크지 않은 체구지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30m를 보내는 김 대표는 “그날은 정말 뭘 해도 다 되는 날이었다. 결국 라운드가 끝난 뒤에 동반자들에게 한턱 제대로 쐈다”고 회상했다.

2018년 4월에는 경기 양평의 더스타휴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익스트림 골프대회 진행을 맡아 골프가 반드시 예의와 격식이라는 딱딱한 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경험을 한 것도 골프에 더욱 깊이 빠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익스트림 골프대회는 시간 제한 내에 홀아웃을 해야 한다거나 골프클럽의 개수를 제한하고, 카트의 탑승을 제한하는 등 일반적인 골프 라운드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요소를 가미해 골프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이 내 직업인데 골프장만 가면 시끄럽다고 할까 싶어 쉽게 위축이 되는 편이었다”면서 “신나게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전보다 더 편하고 즐거운 라운드를 즐기게 됐다”고 했다. 또 “골프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계속 찜찜한 느낌이 남지만 그래도 골프장을 찾을 때면 항상 즐겁다. 아무리 좋은 골프장에서 좋은 동반자와 함께한다고 해도 정작 내가 즐겁지 못하면 골프는 노동이 된다. 내가 행복해야 골프도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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