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충격 삼성전자 '버팀목' 반도체 적자 전망까지 나온다

김아람 2023. 1. 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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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디스플레이·가전도 동반부진…브레이크 없는 실적 추락
4분기 반도체 영업익 1조 중반~2조 중반 추정…전분기 절반도 안돼
올해 2분기 혹독한 업황 예고…업계에선 반도체 감산 여부 주목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처음 연간 매출 300조원을 달성했지만 4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로 빛이 바랬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주력인 반도체를 필두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전 사업부에 걸쳐 실적이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반도체 부문이 심지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돈다. 이제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검토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용두사미' 2022년 실적…갈수록 나빠진 수익성

6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2년 잠정 실적을 보면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7.9% 증가한 301조7천억원이다. 창사 이래 첫 300조원 돌파다.

반면 영업이익은 43조3천억원으로 역대 3위 수준이던 전년의 51조6천억원 대비 16% 줄었다.

사업 덩치가 커졌으나 경기 침체로 수요가 부진한데다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후퇴한 결과다.

그나마 작년 1분기와 2분기에는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반도체가 버팀목 역할을 해낸 덕분에 호실적으로 선방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3분기부터 실적이 기대 이하로 부진했다. 4분기에는 한참 더 나빠졌다.

삼성전자의 2022년 4분기 연결 매출은 70조원, 영업이익은 4조3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5% 줄었고, 영업이익은 69% 급감했다.

최근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5조원대까지 내려갔는데 여기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반도체(DS)를 비롯해 디바이스경험(DX), 디스플레이(SDC) 등 전 사업부에 걸쳐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픽] 삼성전자 실적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더 추워진 '반도체 겨울'

그중에서도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 결정적인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을 증권가에서는 최소 1조원대 중반, 최대 2조원대 중반으로 추산한다. 앞서 어닝쇼크를 기록한 전 분기의 5조1천억원보다 절반 넘게 쪼그라든 수준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낸드 사업은 4분기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나 2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전체가 분기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분기 적자를 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 된다.

수요 부진에 따른 고객사 재고 조정 강화에 D램과 낸드의 출하량과 가격 하락 폭 모두 예상을 밑돌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동률도 하락해 비메모리 실적도 악화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매장 딜라이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3분기에 선방한 스마트폰(MX) 판매도 둔화했다. MX를 포함하는 DX 부문에 대한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전 분기의 3조5천억원보다 줄어든 2조원가량이다.

비수기와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수요 둔화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갤럭시Z 폴드4·플립4 등 신제품 출시 효과도 미미했다.

마찬가지로 3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거둔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중국 생산 차질로 출하량이 예상보다 부진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가전 사업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등 특수에도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80% 이상이어서 원/달러 환율 하락도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달러로 환산한 4분기 삼성전자 매출이 53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감산 없으면 메모리 적자 전환 불가피"

지난해 메모리 업황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속속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결정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은 없다면서 투자도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메모리 부문 적자 가능성까지 불거지는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감산에 동참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급격히 늘어난 재고로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 낙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감산 결정이 없다면 메모리 부문 역시 2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사상 최악의 반도체 업황은 올해 2분기 말, 3분기 초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직접적 감산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 업체들도 라인 효율성 점검 등을 통한 간접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업황이 위축된 시기에 공격적인 생산능력(CAPA) 투자 확대는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기에 투자 축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15% 축소할 것"이라며 "올해 예정된 D램, 낸드 신규 증설과 공정 전환 계획을 일부 지연시킬 것으로 추정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에 3분기부터 공급 축소와 재고 감소 효과로 D램과 낸드 수급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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