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의' 기안84, 제대로 살린 '태계일주'
지난해 12월 11일 첫 방송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의 극사실주의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인연을 맺은 김지우 PD와 기안84가 함께한 신작. 그런데 이 예능 '복면가왕' 전 타임에 비어있던 MBC 예능풀을 채웠다. 4.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지난 1일 4회 방송에서 5%대 벽을 넘었다. 자체 최고(5.2%)를 찍으며 동 시간대 예능 1위로 날개를 달았다.
'태계일주'는 지난해 여름부터 기획이 이뤄졌다. 제작진이 일찌감치 기안84의 절친인 배우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을 섭외했지만 철저하게 비밀로 부쳤다. 기안84가 몰라야, 혼자만의 여행으로 알고 있어야 무계획 여행의 리얼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안84는 그렇게 여행을 떠났고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즐겼다. 셀프 카메라를 켜서 어색함을 지우고자 혼잣말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혼자만의 그림이 오래도록 이어지면 단순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여기에 이시언, 빠니보틀을 차례로 투입했다. 이시언과 붙어서는 상극 케미스트리를 자랑했고 빠니보틀은 다년간의 여행으로 쌓인 유연함을 내세워 형들을 압도했다.
기안84에게 여행 예능에서의 독보적 장점이 있었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상대의 문화에 녹아들었고 일단 도전해보자는 정신으로 뛰어들곤 한다. 이 모든 것은 다음을 생각하며 계산하지 않기에 가능한 것인데, 그 모습이 '태계일주'의 리얼함, 여타 예능과의 가장 큰 차별화 지점이 되고 있다. 기안84는 자유로운 예술가다. 평소 그의 모습을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오랜 시간 마주해온 시청자들이기에 다른 사람이 하면 이상한 행동도 '기안84니까'라고 생각하며 폭넓은 이해를 불러오고 있다.
'태계일주' 김지우 PD는 "'나 혼자 산다'를 한 이후 기안84와 등산도 같이 하고 술도 같이 먹으며 가깝게 지냈다. 서로 잘 이해하고 내가 생각하는 바를 가장 잘 구현해 줄 수 있는 출연자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 줘 재밌게 다녀왔다. 평소 본인이 무소유라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남미에 가서 옷을 사겠구나 했는데 단 한 벌 들고 가서 남미 일정을 다 소화할 거란 상상은 하지도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런데 김지우 PD조차도 기안84가 마냥 엉뚱하기만 한 게 아니라 현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편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것들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걸 마주해 '태계일주'를 촬영하며 놀라움을 부른 상황. 그러한 모습들은 남은 회차에서도 이어진다. 죽기 전 우유니 사막에 가고 싶다는 비장한 각오와 달리 아무 데서나 자고 대책도 없는 모습들이 담길 예정.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의 무계획 현지 밀착 여행기가 침체되어 있던 MBC 주말 예능판을 꿈틀거리게 하고 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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