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추락은 시장의 광기인가, 제자리 찾기인가 [핫이슈]
당시 도요타의 판매량은 테슬라보다 30배 가량 많았지만, 시장은 미래가치에 베팅했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닌 ‘또 다른 애플’ 대접을 받으며 승승장구했고, 덕분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 머스크는 종교 교주 못지않은 추종자를 거느렸고 그의 말 한마디, 트윗 한 줄은 화제의 중심이 됐다. 주가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 테슬라 시가총액은 다른 자동차 기업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1조달러 이상 많았다.
그렇게 많은 투자자들의 꿈을 싣고 달리던 테슬라의 주행에 제동이 걸렸다.
테슬라 주가는 5일(현지시간) 11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2021년 11월 8일 기록한 장중 역대 최고가(414달러)와 비교하면 약 73% 추락한 가격이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66% 떨어졌고, 지난달 하락률만도 37%에 달한다.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것은 생산량과 인도량의 격차가 커지며 재고가 늘어난 데다 테슬라가 미래에도 전기차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인도량보다 8.5% 많은 44만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그만큼 재고를 떠안았다는 의미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는 생산량이 납품량을 5만6000대 가까이 웃돌면서 테슬라의 재고가 1년 새 4배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 유럽의 전기료 인상 등이 재고 증가의 원인이 됐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중국 업체뿐 아니라 포드와 폭스바겐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따라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과거 80%에 달했지만 지난해 3분기 61%까지 떨어졌다.
CEO 리스크도 계속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228억달러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고, 트위터 경영난 타개를 위해 테슬라 주식을 추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염려가 시장에 팽배해있다. 조 바이든 정부와 대립하며 투자자 불안을 키우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머스크가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세계를 바꾸는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이 될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특별했던 테슬라가 평범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 지 약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수익성 높은 미국 기업 목록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이와 유사한 업적을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는 개인 교통수단의 미래가 될 것이지만, 테슬라가 장기적으로 전기차 업계를 장악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며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테슬라가 전기차의 유일한 답이 될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기술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체라고 결론지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반면 낙관론도 여전하다.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330달러에서 250달러로 하향했지만 2일 보고서에서 “매수 기회가 왔다”고 평가했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거시 경제 악화와 경쟁 심화 등 전기차 업계의 악재가 올해도 계속되겠지만, 테슬라는 원가와 규모면에서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으며 경쟁자와 격차를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CEO는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 논란이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지만, 오너 리스크와는 별개로 테슬라가 여전히 기술, 제조, 재료 관점에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가 뛰어난 기술력으로 낮은 가격의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하면 고객들도 테슬라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테슬라 주가는 향후 5년 안에 15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드 CEO는 실제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폭락한 테슬라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머스크 CEO도 조용히 있었을 리 없다.
그는 지난 3일 주가 급락 후 트위터에 “12개월 전, 나는 올해의 인물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직원들에게는 ‘주식 시장의 광기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 지속적인 우수한 실적을 보여줌으로써 시장은 이를 인정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머스크의 말대로 최근 테슬라 주가 급락은 시장의 광기일 뿐이고, 그가 새로운 미래수익 원천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니면 테슬라는 많은 전기차 회사 중 중의 하나가 될 것이며 가격 재조정이 이루어지게 될까.
테슬라에 대한 재평가는 시작됐고, 그 답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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