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튼튼한 소녀 정이… “그동안 잘 자랐구나”[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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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어린이 독자가 사랑했던 책을 돌아보면 시리즈 동화가 적지 않다.
유년기 독자들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까닭은 패턴의 반복이 주는 안정감도 있지만 그 안에서 주인공이 자신과 자연적 시간을 함께하며 성장하는 것 같은 친밀감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몸이 약해서 가족의 주목을 받는 오빠 혁이와 비교할 때 잘 먹고 튼튼하고 언제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여자 어린이 정이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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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나는 따로 할 거야
유은실 글·김유대 그림│사계절
세계의 어린이 독자가 사랑했던 책을 돌아보면 시리즈 동화가 적지 않다. ‘삐삐 롱스타킹’처럼 환상적 주인공을 내세운 경우도 있고 ‘큰 숲 작은 집’ ‘초원의 집’ ‘우리 읍내’처럼 사실적인 성장을 다룬 가족물도 있다. 처음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설계하지 않았을 경우 잘 쓴 속편을 거듭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시리즈는 작가에게 매혹적이면서도 난감한 작업이다. 그리고 시리즈를 이끄는 힘은 뭐니 뭐니 해도 주인공 캐릭터에서 나오는데 긴 시리즈를 이끌어가려면 독보적 개성이 있어야 하지만 혼자만 돋보여서도 안 되며 변화에 잘 어우러져야 한다. 특히 아동문학의 시리즈 주인공은 독자처럼 꾸준히 자라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행형 문학인 것이다. 유년기 독자들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까닭은 패턴의 반복이 주는 안정감도 있지만 그 안에서 주인공이 자신과 자연적 시간을 함께하며 성장하는 것 같은 친밀감 때문이다.
유은실 작가의 동화 ‘나는 따로 할 거야’는 2011년 ‘나도 편식할 거야’로 시작된 정이 이야기 시리즈 다섯 권의 완간본이다. 11년 동안 정이는 항상 씩씩했고, 독자보다는 천천히, 그러나 훌쩍 자랐다. 이 시리즈는 몸이 약해서 가족의 주목을 받는 오빠 혁이와 비교할 때 잘 먹고 튼튼하고 언제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여자 어린이 정이가 주인공이다. 정이는 우리 유년동화 역사에 남을 캐릭터다. ‘까다롭지 않아서 손이 별로 안 가는 아이’에 대한 통념에 도전하면서 예민한 감각, 서정적 경험, 풍부한 사유, 독립까지 스스로 이루어낸 주인공이다.
마지막 권에 실린 ‘단골은 쓸쓸해’에서는 병원 단골인 오빠가 동생 정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정이는 허약체질 오빠의 아픔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무탈한 몸을 가졌지만 병원 문턱을 나서면서 문득 오빠의 쓸쓸함을 이해하게 된다. 듬직한 몸집이 충실한 근육으로 채워졌다는 것을 알고 자기의 몸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이로 자란다. 여자 어린이의 몸을 통제하려 드는 선정적 사회에서 “나는 비만이 아니다”라는 정이의 말은 존엄성의 선언이다. 유년동화는 간결한 문장으로 여러 가지 생애 최초가 갖는 깊이를 다루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정이 시리즈는 이 어려운 일을 마무리했다. 우리도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주인공을 갖게 됐다. 60쪽, 85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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