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서도 관심 쏠린 안우진 탈락, 마지막 가능성은 있나?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3. 1. 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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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안우진(24, 키움)의 WBC 대표팀 탈락은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최종명단 제출 이전 극적인 승선 가능성은 있을까?

사실 WBC 대표팀 기술위원회는 애초에 안우진의 발탁과 관련해 ‘과거 학폭 문제 해결’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안우진이 거기에 응답하지 못하면서 결국엔 마지막 가능성도 거의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강철 WBC 국가대표팀 감독과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월 열리는 제 5회 2023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최종 30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일본에서도 안우진의 대표팀 탈락은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경계대상 1호였던 만큼 반갑다는 반응도 엿보인다. 사진=김재현 기자
최종 엔트리 30인은 투수 15명(우완 8명, 사이드암 2명, 좌완 5명),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구성됐다. 합계 30명의 최종 인원으로 특별한 부상 인원 등 이탈 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큰 틀에서 이대로 WBC 본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최종명단에는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김광현(SSG)·김하성(샌디에이고)·이정후(키움)·최지만(피츠버그) 등 한국계 선수와 미국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국내외 최고 선수들이 모두 승선했다.

현재 한국이 꺼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하지만 앞서 고교시절 학폭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관심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안우진의 승선은 최종적으로 불발됐다.

사실 한국 내에선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 앞서 안우진은 KBO가 WBC 조직위원회인 WBCI(World Baseball Classic Inc)에 제출한 2023 WBC 대표팀 관심 명단(Federation Interest List) 50명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KBO와 기술위원회는 이 50명의 명단을 기준으로 예비명단과 최종명단을 추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06 WBC 초대대회 이후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상대하게 된 ‘숙적’ 일본이 받은 충격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즌 안우진은 국내 최고의 투수였다. 30경기에서 15승 8패 평균자책 2.11/196이닝/224탈삼진을 기록, 평균자책-탈삼진-이닝 3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안우진은 PS에서도 역투를 펼쳐 키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견인했다. 이런 기세를 이어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일본 도쿄스포츠, 베이스볼 킹, 풀카운트, 더다이제스트 등 복수의 일본 매체들은 안우진의 제외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더 다이제스트는 “30인의 최종명단에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손꼽히는 안우진이 과거 학교폭력 문제로 발목이 잡혀 선발되지 못하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면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쳐 압도적인 성적을 낸 안우진의 발탁이 당연해 보였지만 폭행스캔들로 인한 국내의 싸늘한 여론에 밀려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한국의 제이콥 디그롬(텍사스)로 평가받는 안우진의 대표팀 제외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다. 한국 국내의 차가운 여론과 도덕성이 우선으로 여긴 결정”이라며 안우진을 미국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에 빗대어 이번 탈락의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다른 매체들 역시 안우진이 KBO리그에서 낸 성적을 조명하면서, 장래에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능한 투수가 발탁이 무산된 것에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범현 WBC 대표팀 기술위원장은 선수 선발 기준에서 선수 기량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를 상징하는 의미와 책임감, 자긍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선발하게 됐다며 안우진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사진=김영구 기자
사실 언론들의 반응 뿐만이 아니다. 일본야구 국가대표팀 수장도 일찌감치 안우진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진행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자리에서 쿠리야마 히데키 일본 감독은 1라운드에서 맞붙을 한국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안우진의 상황을 한국 취재진에 되묻기도 했다.

당시 쿠리야마 감독은 MK스포츠 특파원의 ‘특별히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는 선수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하성(샌디에이고) 최지만(피츠버그)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김광현(SSG) 그리고 안우진(키움)의 이름을 꺼냈다. 안우진의 학교폭력 이슈에 대해 알고 있는 쿠리야마 감독은 안우진의 대표팀 참가 여부를 기자에게 되묻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에 앞서 지난해 방한해 한국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이후 한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쿠리야마 감독은 “우수한 선수(안우진)가 세계에서 활약하는 것을 원하지만, WBC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며 안우진의 논란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도 경계하고 놀란 안우진이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되는 일은 일어날 수 있을까. 다음 달 7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최종명단 제출 이전까지 조직위는 자체 명단을 기준으로 선수를 최종 선발할 수 있도록 재량을 줬다. 절차상으로는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가능성은 떨어지는 분위기다. 4일 기자회견에서 안우진을 발탁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질문을 받은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한동안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조 위원장은 “선수 선발 기준은 선수 기량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를 상징하는 의미와 책임감, 자긍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선발하게 됐다”고 짧게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건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징계를 통해 국가대표 자격을 상실한 안우진의 과거 행적이 배제의 기준이었음을 밝힌 셈이다.

사실 WBC 대표팀 기술위원회와 코칭스태프는 안우진 발탁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문제 해결을 전제로 발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진척된 내용이 없었기에 결국 승선도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현재는 매우 커졌다. 사진=김재현 기자
추가 선수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조 위원장은 “30인 명단을 발표했기에 일단 (합류가 미정인) 최지만 등 1~2명이 더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올진 모르겠지만 이 명단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 중”이라며 “부상 선수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랜 고민 끝에 30명을 선발 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WBC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회에서 확실한 입장을 갖게 된 배경이 있다. 사실 기술위원회 역시 지난해 예비명단 발표 훨씬 이전부터 안우진의 발탁을 깊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0인의 관심 명단 발표 직전에도 조 위원장은 MK스포츠에 한 차례 안우진과 관련한 발탁의 내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조 위원장은 “과거 아시안게임에서도 문제가 있었고 또 이번 WBC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공정하고 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표팀 선수 선발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당시 기술위 내부의 고심을 전한 이후 “안우진의 실력에 대해선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기량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며 짧고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안우진은 과거 고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으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그대로 영구적으로 국가대표 자격이 상실됐다.

그러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피해자로 언급된 4명 중 3명이 안우진을 옹호하는 성명문을 냈고 안우진도 입장문을 공개하면서 일반 여론에선 변화가 일었다. 하지만 야구계 내부에서는 안우진이 과거와 비교해 변화된 사실 관계 없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 제기가 일었다. 결국 야구인들과 언론이 주최한 야구시상식에서도 대부분 제외되면서 내부의 힘마저 잃고 말았다.

과거 학폭 문제가 해결된다면 발탁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던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기술위원회도 결국은 안우진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전에도 내부에선 ‘국가대표의 무게’와 ‘화합’이라는 가치를 중요시 한 이들을 중심으로, 안우진의 발탁을 반대하는 여론도 상당했다. 대표팀 선발이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원칙에서였다.

결국 안우진의 발탁 문제는 공정과 상식이란 원칙을 최우선으로 한 결정이기에 더욱 뒤집기 어려워졌다. 동시에 향후 한국야구 대표팀은 태극마크라는 무게에 걸맞은 도덕성 또한 중요하다는 방향성을 재확인했다. 대표팀 전력 최적화 방향보다 해당 가치를 선택한 셈이다. 그런 이유로 추후 부상 선수가 발생해 엔트리가 변경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안우진과 피해자의 극적인 화해나 용서가 이뤄지지 않는 한 현재로선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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