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상상만 해도 근력이 붙었다…‘기대’를 시각화하라
■ 기대의 발견│데이비드 롭슨 지음│이한나 옮김│까치
무거운 테이블 직접 드는 모습
5일간 상상하자 근력 11% 늘어
20년전 삶처럼 생활한 7080
인지능력 높아지고 노화 늦춰
스포츠·음식 등에도 ‘플라세보’
놀랄 만한 뇌과학 사례로 입증
믿음이 현실을 바꾼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무수히 많다. 영국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의 ‘기대의 발견’도 결국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의 마음가짐(mindset)에 따라 내일이 달라진다는 희망. 하지만 이 책이 흔한 자기계발서 틈에서 빛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깜짝 놀랄 만한 연구 사례로 뻔한 메시지를 ‘과학적’으로 설득해내기 때문이다. ‘지능의 함정’에서 편향에 빠진 헛똑똑이의 이면을 꼬집은 저자는 스포츠·의학·음식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기대가 어떻게 일상의 행복은 물론 건강과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저마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새해에 어울리는, 지적 흥미와 흐뭇한 낙관의 기운을 함께 안기는 책이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을 쓸어담은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상상 훈련’의 귀재였다. 그의 자서전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 노 리밋츠’에는 “나는 스타트와 턴, 피니시 등 수영의 모든 동작을 ‘시각화’할 수 있다. 시각적 상상력은 머릿속에 그린 대로 경기가 전개되도록 돕는다”는 문장이 나온다. 천재적 재능이 없었다면 상상도 무용지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저자는 평소 근력 운동을 하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놀라운 실험을 소개한다. 한 연구진은 근력과 정신 훈련의 상관관계를 측정하기 위해 피실험자를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이 직접 무거운 테이블을 드는 모습을 상상하는 훈련을 하루 15분씩 주 5일간 진행했다. 두 번째 그룹은 ‘외부 시점’에서 타인이 테이블을 드는 모습을 똑같은 횟수로 상상했고, 마지막 집단은 아무 훈련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1인칭 시점 그룹’과 ‘외부 시점 그룹’은 실제로 근력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근력이 각각 11%, 5% 증가한 반면, 세 번째 그룹은 소폭 감소했다. 수수께끼 같은 연구에 대해 저자는 ‘근육 위에 마음이 있다’는 한 줄 정리를 보탠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카타르월드컵에서 결과만큼 우리 국민에 감동을 안긴 한국 대표팀의 다짐을 떠올리게 하는 해석이다.
‘음식’에 대한 기대는 식후 포만감에 영향을 미친다. 흔히 사람들은 건강식품을 몸에는 좋지만 허기를 채워주지는 못하는 음식으로 인식한다. 이런 고정관념 탓인지 한 실험에서 ‘건강한’이라는 메모가 붙은 초콜릿 바를 섭취한 참가자는 ‘맛있는 초콜릿 바’를 먹은 참가자보다 훨씬 큰 공복감을 느꼈다. 사실 두 집단에 제공된 초콜릿 바는 같은 제품이었다. 저자는 이 실험을 언급하며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식도락가’의 자세로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즐기라”는 조언을 건넨다. 괜히 ‘건강 다이어트식’만 찾았다가는 잘못된 기대로 인한 허기에 군것질을 참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나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노화’를 극적으로 좌우한다는 연구도 있다. 심리학자 엘렌 랭어는 ‘마음과 몸의 연결성’ 탐구를 위해 70∼80대 참가자들을 수도원에 모은 뒤 일주일간 생활하도록 했다. 수도원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20년 전에 접한 영화와 잡지 등을 볼 수 있게 꾸몄다.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역시 그 시절 추억의 멜로디였다. 이후 랭어는 한 집단에는 실제로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생활하면서 나중에 일어난 일에 관해선 일절 언급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20년 전 삶을 ‘현재 시제’로 다시 적어보라는 과제도 내줬다. 반면 다른 집단에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되 마음가짐이 현재 나이에 머무르도록 그저 과거를 ‘회상’하라고 주문했다. 합숙 전후로 시행한 인지 검사를 비교하니 참가자 중 44%만 점수가 높아진 두 번째 그룹과 달리 첫 번째 그룹은 무려 63%가 향상된 점수를 얻었다. 이와 함께 저자는 나이 듦에 대한 태도가 천식과 파킨슨병, 심장병 증상을 완화한 사례를 기록하며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있든 사람은 자신의 노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 밖에 책은 포르투갈 10대 청소년들이 공포 드라마를 본 뒤 집단 심인성 질환에 걸린 사건, 가짜 약의 효능에 관한 ‘플라세보 효과’와 반대로 가짜 약을 먹고도 부작용을 호소하는 ‘노세보 효과’ 등 부정적 기대가 나쁜 결과로 이어진 경우까지 아우르며 기대의 과학을 완성한다. 저자는 이 모든 ‘기대 효과’를 입증하는 연결고리를 뇌과학에서 찾는다. 새로 유입된 데이터와 함께 자체적으로 지닌 기대와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예측 기계’인 뇌가 보는 대로 믿는 게 아니라 믿는 대로 보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 사고가 모든 불행과 불안을 없애준다고 우기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다. 저자 역시 이를 분명히 인식한 듯 “불평등과 부조리는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기대 효과는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책은 기대의 과학적 원리를 인식한다면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새 삶을 가꿀 수 있다는 희망을 깨운다. 저자가 인용한 어느 심리학자의 말처럼 우리 마음은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다. 어떤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몰라도 일단 기대를 품자. 지금은 모두가 각자의 행복과 안녕을 소망하는 새해니까. 혹시나 실망스러운 순간이 찾아와도 그때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것 역시 또 다른 기대라는 믿음을 안고. 422쪽, 2만 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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