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 전문가들 "김정은 갑자기 사망하면 김여정이 후계자 될 가능성"

박영준 2023. 1. 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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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캡처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수미 테리 아시아프로그램국장은 5일(현지시간) 또 다른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북한의 리더십 주제 웨비나에서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혼란과 체제 붕괴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 경우 김여정으로 권력 이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여정은 최소 2014년부터 실권을 행사한 동생이자 2인자”라며 “현재 김여정은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발생할 경우 논리적으로 볼 때 가장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첫째 아들이 성인이 되려면 2030년은 되어야 하고, 김 위원장은 향후 몇 년 뒤 죽는다면 김 위원장의 세 자녀 중 한명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미 테리
테리 국장은 북한 체제에서 후계 문제가 변수라고 지적하고 “만약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진다면 쿠데타나 민중 봉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 승계의 실패가 그것을 촉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에 대해 “김주애가 핵 단추에 손을 뻗어서 누르기 위해서는 (발을 받칠) 전화번호부 책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현재 승계 1순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이어 “북한에는 반대파나 반대파 지도자가 있는 게 아니다. 김정은이 급사해도 질서 있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김여정은 여기에서 첫 번째 순위일 수 있으며 김정은이 죽는다고 해도 정책 변화의 신호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정은 체제에서 부인 리설주의 영부인 역할이 부각되고 외무상에 최선희가 임명된 데 이어 김주애까지 등장한 것 등을 거론하면서 “가부장적인 남성이 지배하는 북한 정치 문화에서 여성은 김정은에게 덜 위협적일 수 있다”며 “왜냐하면 북한에서 여성이 올라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주애에 대해 “김정은이 장남이 아니라 가장 능력 있는 아들로 평가돼 후계자가 됐던 것처럼 만약 그녀가 가장 능력이 있는 자녀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그녀가 적어도 후계 경쟁자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것에 대해 보도와 달리 김정은에 아들이 없거나 김정은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아들보다 김주애가 낫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용호 처형설 보도와 관련해서는 숙청도 김정은의 통치 방식 중 하나이며 김정은 체제가 공고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 사람들이 숙청됐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처형됐다는 보도가 있고 난 뒤에도 다시 등장한다”면서 “이는 김정은 권력이 북한에서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관리가 제거되는 것은 어떤 정책에 대한 불만족일 수도 있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빅터 차 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및 한국석좌는 “나는 김정은을 만난 적이 없지만 일부 미국 관리들은 그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나는 김정은의 건강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반도 전문가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일본 히로시마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도 자신의 저서에서 김 위원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김 부부장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키노 기자는 저서에서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과 계속해서 동행하는 이유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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