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 비율 92%…마운드의 정우영, ‘구종 편식’ 손댄다
LG 사이드암 정우영(24)은 눈앞의 타자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투수다. 구위가 워낙 뛰어나 정타를 맞히기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우영의 2022시즌 피안타율은 0.230이다. 그러나 마운드의 정우영과 마주한 순간에 적어도 볼배합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질 이유는 없었다. 10구 중 9구는 투심패스트볼을 던지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정우영의 투심패스트볼 구사율은 92%(스포츠투아이 기준)에 이르렀다. 슬라이더를 7% 섞어 던진 가운데 포심패스트볼 비율이 0.3% 기록됐다.
새 시즌, 정우영을 만나는 타자가 이전처럼 투심패스트볼만 노렸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일어날 수 있다. 정우영은 새 시즌 슬라이더 비율은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이미 레퍼토리의 변화를 연구는 해오던 상황. 새롭게 사령탑으로 부임한 염경엽 감독과의 대화 이후로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정우영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왜 그렇게 투심만 던지냐, 야구를 왜 이렇게 어렵게 하냐’고 하시더라. 변화구 비율을 더 가져가라고 하셨다”며 “내가 투심만으로 승부를 하는 모습이 힘들어 보이신 모양이다”고 말했다.
실제 정우영은 상대 타자와 싸움에서 투심 타이밍이 맞아들어가기 시작할 때는 파울이 계속 나와 투구수만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리그 전체에 정우영의 투구 패턴과 투구 궤적에 익숙해진 타자들이 늘어난 영향이기도 했다. 정우영은 “타자들이 어느 정도 파악해서인지 최근에는 몸쪽 깊은 공에는 방망이를 잘 내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슬라이더가 어느 정도 잘 들어갔을 때의 효과를 알고 있다. 가령,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투심만 노리고 있는 타자에게 슬라이더를 던졌을 때는 타자가 자기 스윙조차 못하고 엉거주춤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엄청난 변화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우영은 90% 넘기던 투심 비율을 수치로 확인될 만큼 떨어뜨릴 예정이다.
정우영은 도루 저지율을 높이기 위해 슬라이드스텝을 짧고 간략하게 조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는 “폼을 바꾼다기 보다는 기존 자세에서 짧게 움직여 힘을 쓰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초시계로 재면서 훈련하고 있는데 일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해 평년보다 빠르게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새 시즌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것들을 WBC부터 조금씩 공개할 예정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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