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사태 한달 … 게임판 크립토 윈터

2023. 1. 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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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거래 정지 1개월 뒤
흔들리는 게임 코인 시장
정부는 뒷짐 지고 구경만
게임사도 문제 없는 건 아냐
게임 코인 대장주인 위믹스가 상장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게임 코인 시장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사진=뉴시스]

P2E(Play to Earn) 게임에 쓰이는 게임 코인 위믹스가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지 1개월이 지났다. 상장폐지 사유는 위믹스 유통량 허위 공시 수차례 유통량 변경 발행사인 위메이드가 제출한 소명 자료 오류 등이었다.

단순히 코인 하나가 사라졌다고 여길 일은 아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위믹스가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게임 코인으로 평가받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1일 위믹스의 가격이 1만1297원(코인마켓캡)으로 전년 동기(228원) 대비 4850배나 오른 게 이를 잘 보여준다(표❶). 하지만 상장 폐지 이후 위믹스 가격은 460원(2023년 1월 3일)까지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위믹스에 주목했던 건 이 코인이 나름 탄탄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서였다. 위믹스를 발행한 게임업체 위메이드는 2021년 글로벌 P2E(Play to earn) 게임 '미르4'에 위믹스를 접목했다.

게임 내에서 벌어들인 가상 재화로 위믹스를 살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미르4는 '돈 버는 게임'으로 불리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동시접속자 수가 130만명을 돌파했을 정도였다(표❷). 미르4 덕분에 위믹스는 게임 코인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란 평가를 받았다.

위믹스가 흥행에 성공하자 다른 게임사들도 하나둘씩 게임 코인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게임즈가 글로벌 시장에 P2E 골프 게임 '버디샷 엔조이&언'을 내놓고 보라 코인을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각각 엑스플라·네오핀 코인을 발행한 컴투스그룹과 네오위즈홀딩스도 향후 론칭할 P2E 게임에 이를 연계할 예정이다(표❸).

문제는 업계 선두주자였던 위믹스가 '상장폐지' 통보를 받으면서 다른 게임 코인들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아무리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 하더라도 상장폐지되면 생태계 자체가 삽시간에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임사에 미치는 피해도 크다. 가령, 위믹스가 상장폐지된 다음날인 11월 25일 위메이드의 주가는 하루 사이에 29.8%(5만6200원→3만9400원·종가 기준)나 빠졌다(표❹). 이쯤 되면 게임판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라고 칭할 만하다. 크립토 윈터란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에서 자금의 유출이 지속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거래량이 저조해지는 것을 겨울에 비유한 것이다.

그렇다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정한 건 고팍스·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인데, 이 기구를 규제할 법은 없다. 이 때문에 닥사가 불투명한 이유와 근거를 들어 게임 코인을 상장폐지해도 게임사로선 대처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둘러싼 소송전이 전개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위메이드가 닥사가 내린 거래지원 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법원에 냈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바 있어서다. 사실상 법원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현재 본안 소송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게임 코인의 주 무대인 P2E 게임이 국내에선 여전히 불법이란 점도 게임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P2E 게임에 게임 등급을 매기는 걸 거부하고 있어서다. 이승훈 안양대(게임콘텐츠학) 교수는 "정부는 현재 P2E 게임이 사행성 게임으로 변질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차라리 빠르게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표❺).

하지만 게임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볼 순 없다. 게임사들이 도박성이 있는 소셜카지노 게임에 게임 코인을 연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분명 문제다. 소셜카지노 P2E 게임 '그랑프리 슬롯'을 론칭할 예정인 위메이드나 모바일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인수한 넷마블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P2E 게임은 구형 게임이나 소셜카지노에 게임 코인을 연동하는 수준에 그쳐 있다"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벗으려면 자체 게임을 개발하는 등 참신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과연 게임 코인은 '불투명성'이란 과제를 풀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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