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소식좌’ 박소현 “소식이 이리 인기 있을 줄은…. 새해엔 결혼해야죠.”[스경X인터뷰]
지난해 방송가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이 ‘소식’ 코드였다. 지금까지의 ‘많이 먹기’ ‘빨리 먹기’ ‘복스럽게 먹기’ 위주의 방송을 떠나 양이 적더라도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고 배가 부르면 과감하게 “잘 먹었습니다”를 할 수 있는 먹방. 방송인 박소현은 그 코드의 중심에 있었다.
그에게 2023년은 발레를 마치고 큰 생각 없이 시작했던 연예계 생활의 시작 30년이 되기도 하는 해다. 박소현은 유독 30년의 연예계생활 동안 장수프로그램과 함께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부분에서는 ‘소식좌’가 아닌 ‘소신좌’의 면모도 엿보인다.
“2023년이라고 생각하니까 서서히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일을 시작한 때가 너무 옛날 같은 느낌이 들긴 해요. 그때는 큰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던 건 아니에요. 저 스스로도 ‘5, 6년 정도 활동을 하고 시집 밑천 정도를 벌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거든요. 제가 연예인을 하고 사랑을 받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죠.”
그의 ‘소식’ 코드는 거의 30년 만에 박소현의 가치를 새롭게 내다볼 수 있게 해줬다. 그가 등장한 유튜브 ‘밥맛없는 언니들’의 채널은 구독자가 25만 명을 넘어섰다. 박소현과 산다라박이 중심인 ‘소식먹방’의 조회수는 웬만하면 모두 100만을 넘어선다.
“조회수가 너무 많이 나와서 놀랐어요. 하루도 안 지나서 100만 조회수를 넘을 때도 있었거든요. 지금까지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만나면 ‘엄마가 팬이에요’라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이제는 ‘소식좌 영상이 재밌어요’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대식좌’가 십몇 년 동안 유행을 했으니 이제는 새로운 전환점이 온 게 아닐까요?”
박소현에게 ‘소식’은 생활과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발레로 체중조절이 일상이었다.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발레리나의 입장에서 소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박소현도 스스로가 5분 이상 음식을 씹는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그의 식사습관은 5년을 넘게 ‘비디오스타’를 함께 한 김숙의 발견으로 알려졌다.
“산다라박씨와의 촬영은 에너지가 맞아서 편해요. 김숙이나 박나래씨처럼 많이 먹는 분들, 예를 들면 강호동, 이영자 등 그분들의 에너지는 함께 하면 에너지가 안 맞아서 지치더라고요. ‘내가 이렇게밖에 안 되나’ 자책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소식좌들끼리는 서로 에너지도 맞고 응원도 해주면서 방송을 하니 편해요.”
비록 다른 예능인에 비해 적은 에너지 파장일 수 있지만, 박소현의 파장은 길고 단단했다. 그는 장수 프로그램의 MC로도 유명하다. 1998년 시작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MC 임성훈과 함께 25년을 함께 했다. 라디오 SBS ‘박소현의 러브게임’ 역시 1999년부터 중간 한 해 정도를 빼놓고는 24년을 진행 중이다. ‘비디오스타’의 5년은 그의 경력에 넣기에 민망할 정도다.
“프로그램이 좋았고, 제가 운이 있었어요. 중간에 제가 결혼을 했거나 출산을 했다면 관뒀을지도 모르죠. 그런 과정이 있어서 이런 기록이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이런 프로그램들이 사실 연예인들이 중심이 아니라 그 주체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애정이 있어요. 결정이 필요할 때도 프로그램에 빠지고 싶지 않았어요. 아팠는데도 무리해서 강행하는 경우도 있고 갈비뼈가 다쳤을 때도 빠지고 싶지 않아 진통제를 맞고 카메라 앞에 섰죠.”
그렇게 한 프로그램을 오래 하니 시청자, 청취자들과 긴 시간을 함께하게 됐다. 중학생이었던 사연자가 지금은 아기 엄마가 돼 돌아온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임성훈의 건강을 늘 바라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라디오는 매일 방송이라 결혼을 하면 쉽지 않을 것 같아, 결혼 때까지는 자리를 지키고 싶다.
“연기도 늘 마음이 열려 있어요. 2015년 이후에는 작품이 없었는데 감독님들이나 작가님들이 결심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라디오 DJ 중에서도 김창완, 최화정 선배님이 계속 드라마를 하고 계시잖아요. 제 나이에 있는 역할도 필요한 분들이 계시면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소현은 라디오에서 소개된 것과 마찬가지로 정말 쉬는 시간이 생기면 새로 나온 아이돌 그룹 영상을 열심히 찾아보고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요즘 한창 덕질을 하는 그룹으로 ‘저스트비’를 꼽았다. 여자팀도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 등 술술 나온다.
“30주년이라고 하니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저 새해에는 좋은 분을 만나서 행복해지고 싶어요. 그리고 프로그램이 잘 되는 일이 중요하니까 좋은 분들과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것도 소망이에요.”
그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새해의 목표로 ‘결혼’을 꼽았다. 소식좌이자 소신좌인 박소현은 데뷔 당시에는 결혼하기 위해,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덧 30년, 그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있다. 늘 어제 본 것 같은, 동안의 모습으로 2023년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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