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다현-김다인 “잡히지 않던 우승, 이번에는 꼭 붙잡고 싶어요”[신년인터뷰]

김하진 기자 2023. 1.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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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김다인(왼쪽)과 이다현이 27일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배구단 체육관에서 2023년 계묘년 토끼 캐릭터를 들고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2.12.27/정지윤 선임기자



잡힐듯, 잡히지 않는 챔피언 우승 트로피를 이제는 손에 꼭 거머쥐려 한다.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미들블로커 이다현(21)과 세터 김다인(24)은 2023년에는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다.

현대건설은 2022년을 1위로 마무리했다. 개막 후 15경기 연속 승리를 이어가며 상승세를 이어가다 2연패에 빠졌지만 15승2패 승점42로 7개 구단 중 가장 높은 곳에서 2022년을 마무리했다. 새해 들어 치른 2경기에서 곧바로 연승을 타며 다시 분위기를 추슬렀다. 현대건설로는 현재 순위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시즌을 마무리하는게 목표다.

현대건설의 숙소가 있는 경기도 용인의 체육관에서 만난 이다현과 김다인은 2023년 계묘년을 맞이하면서 “새해 소망은 단연 우승”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뷰는 연말에 이뤄졌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김다인(왼쪽)과 이다현이 27일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배구단 체육관에서 2023년 계묘년 토끼 캐릭터를 들고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2.12.27/정지윤 선임기자



현대건설은 시즌 1위를 기록하고도 우승컵을 들지 못한 경험을 두 차례나 겪었다. 2019~2020시즌에는 정규리그 선두를 달렸음에도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 되면서 ‘봄배구’가 열리지 못했다. 2021~2022시즌에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달렸으나 1위 확정에 승점 1만을 남겨두고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리그 종료가 결정됐다.

김다인은 ‘우승’에 대해 “닿을 듯 닿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오는데 우스갯 소리로 ‘복이 없나보다’라고 말할 정도로 닿지 않더라”고 돌이켜봤다.

이다현은 ‘모래’에 빗대며 “잡으려고 하면 다 빠져나간다”며 “신인이었던 2019~2020시즌 때 1위를 했을 때에는 내가 주전으로 뛰던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1년 전의 기억이 더 큰데 두 번이나 그렇게 되니까 너무 아쉬웠다. 우승의 짜릿함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플레이오프 같은 큰 경기를 해보고 싶었다. 중요한 경기라 몰입도가 더 커질 것 같은데 ‘빅 게임’을 해보고 싶은 갈망이 있다”고 말했다.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려면 이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이다현은 올시즌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치른 15경기에서 이동 공격 48.57%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2위에 올라 있고, 속공에서도 팀 선배인 양효진(55.21%)에 이어 54.02%로 뒤를 이었다. 양효진-이다현으로 구성된 현대건설의 미들 블로커는 7개 구단 중 최고로 꼽힌다.

김다인 역시 이번 시즌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세터놀음’이라고 불리는 배구에서 안정적인 볼 배급으로 현대건설의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2020~2021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뒤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다현은 “(김)다인 언니와 지난해에 대표팀을 다녀온 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대표팀에서 같은 훈련 방식을 새로 접한 게 아직까지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이다현과 김다인은 2021년 도쿄올림픽의 전초전이라고 불렸던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했다.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들은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들지는 못했지만 값진 경험을 얻었다. 올림픽 출전이 불발된 뒤 구단 숙소로 직접 운전을 하며 이동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워졌다. 이제는 서로 쉬는 날도 영상통화를 하는 사이다.

이다현은 “다인 언니와 배구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만나면 80% 이상이 배구 이야기다. 전략적인 부분이나 기술 이야기를 하고 대화가 잘 통하기도 한다. 운동을 나갈 때 다인 언니가 피드백을 많이 해 준다”고 말했다.

김다인은 “경험이 쌓이다보니까 나도 여유가 생겼다”며 “그전에는 일희일비했다. 세터는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경험이 없다보니까 항상 끌려갔다. 이제는 완전히 끌려가지 않으면서 내 스타일이 생긴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이들은 연차에 상관없이 의견 교류를 하는 수평적인 팀분위기를 현대건설 조직력의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다현은 “양효진 등 언니들이 분위기를 잡아준다. 덕분에 후배들도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 양효진을 ‘쪽집게 강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기 도중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적재 적소에서 전달해준다. 후배 입장에서 딱 꽂힐 수 있는 조언을 많이 해줘서 경기 때 ‘이것만 하면 되겠다’고 듣기가 쉽다”고 말했다. 김다인도 “타 팀에 비해서도 우리가 많이 수평적이다. 언니들이 어린 후배들의 의견을 잘 받아주고 맞춰준다. 후배들은 더 쉽게 말할 수 있다. 모두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힘을 합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성적인 팬들의 응원도 현대건설 질주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다현과 김다인은 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다현은 “중앙여자고등학교 시절에 GS칼텍스의 볼보이를 한 적이 있었다. 2015년이었는데 관중석이 비어있어서 가끔 졸 때도 있었다”며 “나는 (배구 인기가 올라온)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다. 경기를 할 때 환호성이 들리면 더 아드레날린이 나온다. 그래서 팬들에게 보답을 하는게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다인도 자주 오는 팬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는 “그분들이 알아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셔서 항상 오시는 분들은 기억하려 한다. 생일 파티도 열어주시는 팬들도 있고 정말로 감사하다. 예전에 남자 경기가 끝나고 여자 경기가 열릴 때 팬들이 다 빠져나갔을 때는 슬프기도 했다. 이젠 많은 팬들의 많은 응원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1월29일 열릴 올스타전에서도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세리머니를 선보일 계획을 하고 있다.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우승을 꼭 하고픈 마음이 크다. 개인적인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도 여전히 팀의 우승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김다인은 “이번 시즌 유독 부상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다들 안 아팠으면 좋겠다. 더이상 부상자가 나오지 않고 다같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다현 역시 “만족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라면서 끝까지 경계심을 놓지 않고 우승을 위해 달리겠다고 했다.

이런 자세로 매 시즌 발전하고 성숙한 선수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 이다현은 “언니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후배들의 의견을 잘 받아주는 우리 팀의 지금 모습대로, 나도 소통에 막힘이 없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다인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많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하고, 매년 조금씩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

용인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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