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북적이는데? '여객당 임대료'에 면세점 속 끓는 이유

한전진 2023. 1. 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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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여객당 임대료'…특별감면 도입 
면세업계 "정상화 기준 80%는 되어야 효과"

면세업계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내놓은 '여객당 임대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항 여객수가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의 60%를 회복하면 정상 임대료를 내야 해서다. 업계는 과거 '고정 임대료'보단 합리적이라면서도 여전히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여객수 회복이 곧 면세 쇼핑 증가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임대료, 앞으로 '여객수' 따라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은 제1여객터미널·탑승동·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입찰 사업권은 일반 사업권 5개, 중소·중견 사업권 2개 등 총 7개다. 계약 기간은 기본 10년이다. 앞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코로나19로 세 차례나 유찰된 바 있다. 공항 측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고정 임대료를 받으려 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인천공항 국제선 출발 여객수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 때문에 이번에는 임대료 산정 방식이 바뀌었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점 이후 21년 만에 고정 임대료 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여객 수에 임대료가 조정되는 여객당 임대료를 도입했다. 특별 감면제도도 내놨다. 2019년보다 여객수가 40% 이상 감소한 달에는 감소율의 절반을 감면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여객 감소율이 50%라면 임차료에서 25%를 감면해 주는 방식이다. 단, 여객수 회복률이 60%를 넘기면 정상 임대료가 적용된다.

현재 여객 수는 꾸준히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출발 여객은 717만484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41만679명) 대비 408.6% 급증한 수치다. 특히 일본 관광객의 입국도 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최근 ‘위드 코로나’에 돌입하면서 여객 수 회복 기대감이 더 커졌다. 

여객수 늘었는데 뭐가 문제?

문제는 여객수 회복이 곧 매출 증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여객수 회복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위주 관광객으로 이뤄지고 있다. 면세점 입장에서 이들은 객단가가 높은 손님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낮은 동남아시아 고객은 가성비 위주 쇼핑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일본 고객은 극심한 엔저로 굳이 한국에서 면세 쇼핑을 하지 않는다. 한국 제품이 더 비싸져서다.

면세점 매출 추이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실제로 지난해 11월까지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16조4724억원으로 나타났다. 12월까지 매출액을 더해도 전년 2021년(1~12월) 17조8333억원보다 조금 높거나 같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가 여객당 임대료 도입을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특히 인천공항은 지난해까지 면세업계 지원책으로 매출 연동제를 시행했다. 매출에 따라 임대료를 내면 됐다. 

하지만 올해 여객당 임대료로 바뀌면서 업계는 커질 임차료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아직 공항 면세점 운영 계약 기간이 많이 남은 업체들의 고민이 깊다.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대표적이다. 각각 올해 8월과 2025년 8월까지 사업 기한이 남았다. 매출 연동제가 끝나고 여객당 임대료가 적용됨에 따라 한달에 1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외에 경복궁, 그랜드 등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A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2019년 대비 여객수 회복이 거의 60%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항 측이 특별 감면 제도를 내놨다고 해도 사실상 생색내기에 가까운 셈"이라고 했다. 이어 "정상화 기준을 80% 정도로 상향해야 어느정도 감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으로는 커지는 임대료를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믿을 건 '중국'뿐

다만 인천공항공사는 더 이상의 감면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손해를 보며 면세업계를 지원해 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코로나19로 3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공항공사는 지난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같은 해 4268억원과 이듬해 75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손실도 50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제 면세업계의 유일한 기대는 중국의 여행 정상화뿐이다. 중국은 지난해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끝냈다. 이달 8일부터 외국에서 입국하는 이들에 대한 시설 격리도 해제했다. 자국민의 여권 발급도 차츰 정상화하기로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항공편 운영이 정상화되려면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한한령' 등 한중간 정치적 문제도 풀어야 한다. 

B 면세점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면세업계 매출의 80% 이상이 중국인으로부터 나왔다"며  "여객수가 회복세지만 문제는 중국인의 방한 정상화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 임대료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을 준비 중인 업체도 여객당 임대료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C 면세점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10년으로 늘어 입찰 참가를 안 할 수도 없는 상황같다"면서도 "다만 불확실성도 높아져 면세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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