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정조준"…미국行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비영어권 작품상 역사 만들까[SC이슈]
영화 '헤어질 결심'을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박찬욱 감독. 제2의 '기생충' 영광이 다시 한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펼쳐질지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박 감독은 오는 11일(한국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석을 위해 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박찬욱 감독은 미국에서 HBO Max 드라마 '동조자'를 촬영함과 동시에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석, 그리고 나아가 3월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한 오스카 레이스를 동시에 펼칠 예정이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HFPA)에서 주최하는 미국 대표 시상식 중 하나다. 매년 영화와 드라마에서 최고의 작품, 배우를 선정해 시상하는 권위의 시상식으로 미국의 또 다른 대표적인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한 달 앞서 개최돼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는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비영어권 작품상 부문에 이름을 올려 기대를 모았다. 비영어권 작품상은 지난해까지 외국어영화상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던 부문이다. 최근 인종차별을 비롯한 여러 잡음으로 뭇매를 맞았던 골든글로브가 개혁을 선언, 그 변화의 시작으로 올해부터 외국어영화상을 비영어권 작품상으로 변경해 눈길을 끌었다.
인종차별 논란 속에서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영화인들의 활약은 돋보였다. 역사의 서막을 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년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에는 한국계 미국 감독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계 연이은 낭보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황동혁 극본·연출)이,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에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가 한국 드라마, 배우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또 TV 부문 남우조연상에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도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거머쥐는 영예를 차지했다.
3년 연속 한국계 감독, 배우들이 연이어 수상 릴레이를 펼친 골든글로브 시상식. 올해는 박 감독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단 박 감독의 수상을 예측하는 분위기는 형성됐다. 지난해 5월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린 '헤어질 결심'은 뉴욕 영화제, 미국 판타스틱 페스트,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연달아 초청받으며 큰 호평을 얻었다. 미국의 유력 매체들 역시 '헤어질 결심'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비영어권 작품상 유력한 후보로 손꼽고 있다.
박 감독 외에도 비영어권 작품상 후보에는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드워드 버거 감독), 아르헨티나 영화 '아르헨티나, 1985'(산티아고 미트레 감독), 네덜란드·프랑스·벨기에 영화 '클로즈'(루카스 돈트 감독), 인도 영화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SS 라자몰리 감독) 등이 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수상작을 선정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매체의 평가가 중요하게 작용되는 시상식으로 많은 호평을 받은 '헤어질 결심'이 다른 후보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전망이다.
물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멜로를 기반으로 한 서스펜스 장르의 '헤어질 결심'이 장르적인 힘에서 다른 후보의 장르에 비해 힘에 부친다는 시선도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14일 북미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 스케줄로 적극적인 레이스를 펼치지 못한 부분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이어지는 하반기 시즌, 주요 작품들은 역대급 홍보를 펼치며 시상식 레이스를 펼쳐왔지만 '헤어질 결심'은 그에 비해 빠듯한 일정으로 '기생충'만큼의 레이스를 펼치지 못한 것도 이번 시상식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함께 후보에 오른 작품들 역시 역대급 라인업으로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녹록하지 않은 상황 속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이제 주사위를 던졌다. '기생충' 이어 한국 영화계에 두 번째 비영어권 작품상의 영예를 안길 수 있을지, 또 4년 연속 한국계 영화인의 수상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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