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새 노트를 쓰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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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뀐 정초(正初)는 늘 맑고 깨끗한 느낌이다.
새해다.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이들의 바람대로 올 한 해 평안하고 살기 좋아졌으면 정말 좋겠다.
내년 이맘때 2023년이라는 노트에 깨끗하고 정갈하게 잘 정리된 나의 생활을 확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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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뀐 정초(正初)는 늘 맑고 깨끗한 느낌이다. 출발이 주는 의미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계절적으로 겨울이니 톡 쏘는 칼바람이 그렇고 속이 훤히 보이는 얼음 또한 차다 못해 시리기까지 하다.
새해다. 만나는 사람마다 희망을 전하는 덕담들이 줄을 잇는다.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이들의 바람대로 올 한 해 평안하고 살기 좋아졌으면 정말 좋겠다.
이맘때만 되면 어렵고 힘들던, 모든 것이 부족했던 80년대 학창 시절이 생각이 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연례행사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교과서 포장하기다.
지금이야 교과서가 많이 변하고 표지의 질이 워낙 좋아 굳이 책을 싸지 않아도 충분히 1년 혹은 한 학기를 볼 수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필자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그렇지를 못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 책을 한 보따리 받아 들고 집으로 와 부모님 앞에 내려놓는다.
그러면 부모님은 해가 지난 달력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책을 싼다. 그렇게 하얀 책을 받아 들고는 겉표지에 또 과목과 학년 번호 이름을 적어 주시면 왠지 이 책으로 일 년 내내 공부를 잘할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곤 했다.
새 공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일단 빳빳한 공책 첫 장을 펴면 잘 쓰는 글씨는 아니지만 있는 정성을 다해서 글씨를 정갈하게 써 내려간다. 그렇게 한 페이지 두 페이지를 채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글씨는 날아다니게 된다. 그래도 새 공책 첫 페이지를 적어 나가는 기분은 조심스럽고 정성스럽다.
1월이 꼭 그렇다. 마치 새 노트와 새 교과서를 받아 든 느낌이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다를 것 같고, 그렇게 올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이다 보니 모든 일에 몸가짐이 조심스럽다. 뭔가 시작을 잘해야 할 것 같고, 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시기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단어도 유독 1월에 집중된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비록 며칠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신과 약속을 하고 주변에 허세도 떨어가며 조심스럽게 1월을 보내곤 한다.
올 한 해 경제 상황이 녹녹치 않을 듯 싶다. 각종 경제 연구소나 정부에서 내놓는 2023년 경제전망만 하더라도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것이 없다. 지난해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불안한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도 그렇게 기대를 모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전망이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후반 IMF라는 경제 위기를 맞이한 이후 한 해도 경제가 좋았다든지 호경기가 예상된다는 전망을 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매해가 최대의 경제 위기이고 경기 침체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매년 청년실업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실업률도 날로 증가한다는 뉴스뿐이다. 1970·80년대 고도성장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어찌 보면 경기 침체 현상은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우리는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지금까지 이겨내 왔다.
올 한 해도 우리는 이 어려운 경제 여건을 충분히 잘 이겨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년 이맘때 2023년이라는 노트에 깨끗하고 정갈하게 잘 정리된 나의 생활을 확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자. 그리고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을 스스로 해 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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