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성적' 건져놓은 김연경, 보따리로 뒤통수 때린 흥국생명

권수연 기자 2023. 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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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삼산, 권수연 기자) 받기만 해도 차고 넘치는데, 무슨 생각일까?

한국배구연맹(KOVO)이 지난 5일 발표한 전반기 관중 기록에 따르면 3라운드동안 남녀부 63경기씩 총 126경기가 실시된 현재, 총 23만8,084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이번 시즌 평균 관중수는 1,89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시즌인 2019-20시즌 대비 약 82% 수준으로 회복됐다. 

다만 남자부와 여자부 관중수 차이가 큰 폭으로 차이난다. 지난 2019-20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남자부는 14만3,976명, 여자부는 10만3,574명으로 여자부가 더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직후 시즌부터 전세가 역전되며 이번 2022-23시즌은 남자부 누적관중수 8만8,869명, 여자부 누적관중수 14만9,215명을 기록했다. 

특히 여자부 관중은 흥국생명 김연경이 돌아오며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자부 최다 관중수 경기는지난 해 11월 13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펼쳐진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 경기와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린 흥국생명-IBK기업은행 경기다. 두 경기 모두 5천800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사실상 이는 '김연경 특수'라고 볼 수 있다.

직전 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고, 김희진(IBK기업은행), 양효진(현대건설) 등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V-리그 뚜렷한 스타가 없었다. 주요 전력이 이탈한 흥국생명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리빌딩을 선언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21-22시즌 성적은 6위, 승점 31점으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승점 11점)의 바로 위에 자리했다. 

흥국생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그러나 올 시즌 들어 김연경이 복귀하며 성적 상승을 넘어 정규리그 1위, 그리고 더 나아가 챔프전 통합 우승까지 누릴 수 있는 최강팀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질풍같은 흥행은 덤으로 따라왔다. 김연경이 가는 곳마다 핑크색 파도가 술렁댔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2일, 흥국생명 임형준 구단주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이 가려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순찬 전 감독과 김여일 전 단장의 사퇴 소식을 알렸다. 사실상 경질이었다. 

이후 권 전 감독은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이면에 김 전 단장, 즉 '윗선'의 선수 기용 개입이 있었음을 폭로했다. 

당시 권 전 감독은 "단장이 오더 내리는 게 있었어요, 문자로 누구 넣고, 누구 쓰라고. 제가 그걸 안 들었거든요, (윗선에) 말 안듣는다고 보고를 했겠죠"라고 증언했다.

이에 새로 선임된 신용준 흥국생명 단장은 5일, GS칼텍스와의 4라운드 첫 경기에 앞서" 선수 기용 문제는 없었고 로테이션을 짜는 과정에서 김 전 단장과 권 전 감독이 갈등한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구단 측에서는) 팬과 유튜브의 입장을 반영해 로테이션을 운용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신 단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허술한 해명은 팬을 '총알받이'로 쓰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날 권 전 감독의 빈 자리는 이영수 감독대행이 잠시 맡았지만 5일 경기를 끝으로 곧장 사퇴했다. 

흥국생명 이영수 감독대행(오른쪽 두번째)이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경기 후 흥국생명 김연경이 방송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또한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연경과 김해란은 앞서 신 단장이 내놓은 해명과 완벽하게 반대되는 증언을 내놓았다.

"윗선에서 선수 기용 지시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두 선수 모두 "그렇다"고 단호하게 인정했다. 

김해란은 "(구단 개입이 있음을) 저도 느꼈고, 다른 선수들도 다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마음이 상한 선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연경은 이 날 "선두랑 차이도 얼마 안 나고 기회를 잡은 상황인데 안타까운 일이 생겨서 너무 아쉽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해당 사태를 꼬집었다. 

김연경의 말대로 흥국생명은 현재 승점 44점, 15승 4패로 1강 현대건설의 48점을 맹렬하게 뒤쫓고 있다. 야스민이 결장하며 좀 더 많은 승점을 얻을 절호의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한창 '김연경 호황'을 누릴 즈음,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 시즌에는 관중이 몇백명 정도에 불과해서 힘들었는데 올해는 팬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정말 기쁘다"고 미소짓기도 했다. 

김연경의 복귀는 비단 흥국생명만 좋은 일이 아니었다. 타 구단 홈구장까지 매진 돌풍을 이어가며 배구인들의 함박웃음을 이끌어냈다.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팬들이 구름떼처럼 몰리며 여자배구판은 한바탕 잔치분위기였다. 

이처럼 복귀한 김연경은 직전 시즌 물에 빠졌던 구단의 흥행과 성적을 모두 건져냈다. 그러나, 구단은 그런 김연경의 발목에 태클을 거는 비상식적인 행보로 지탄받고 있다. 

한편, 흥국생명은 비어있는 사령탑 자리에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선임할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오는 8일, 화성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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