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원킬' 유전자 치료제… 가격 봤더니 수십억

최영찬 기자 2023. 1. 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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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유전자 시대 열린다③] 1회 투약에 46억원… 그래도 싸다?

[편집자주]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초기 단계임에도 2021년 11조원이 넘는 시장이 형성됐다. 인간의 진화와 질병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인간 유전자 지도가 2022년 4월 완성됐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의약품 개발 도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난치병이었던 질병을 극복할 수 있고 장기간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 신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난치성 질환의 근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투약 비용이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11조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②검사부터 치료까지… 넝쿨째 굴러온 '유전자'
③'원샷 원킬' 유전자 치료제… 가격 봤더니 수십억

유전자 치료제는 선천적인 유전자 결함을 교정하거나 유전자 작용을 억제·증폭해 난치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 백신과 같은 재조합 단백질 치료제(1세대), 항체 치료제(2세대)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기존 치료제와 달리 평생 한 번의 투여로 완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샷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일반 신약보다 개발 난도가 높은 희귀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질환에 맞는 유전자 전달·조작에 많은 비용이 들어 투약비용이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1회 투여로 치료가 끝나 장기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유전자 치료제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유전자 치료제는 2022년 11월22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은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다. 헴제닉스 1회 투여 가격은 350만달러(45억원)로 호주의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CSL베링이 개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인받은 주요 유전자 치료제. /그래픽=강지호 기자
2022년 초만 해도 2019년 FDA 승인을 받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가 210만달러(27억원)로 가장 비싼 유전자 치료제였다. 2022년 8월 블루버드바이오의 베타지중해 빈혈치료제 진테글로가 FDA 승인을 받았는데 280만달러(36억원)로 졸겐스마를 뛰어넘었다. 이어 9월 치료제 300만달러 벽이 깨졌다. 블루버드바이오의 부신백질이영양증(ALD) 치료제 스카이소나가 FDA 승인을 받았는데 1회 투약비용이 300만달러(38억원)로 책정됐다.

유전자 치료제 가격 부담에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1회만 투약'하면 되는 이점으로 평생 투여해야 하는 기존 치료제보다 오히려 저렴하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는 "헴제닉스 같은 유전자 치료제가 오히려 가격적으로 효율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B형 혈우병 환자는 기존 치료제를 평생 1주일에 1~2회 맞아야 하는데 연간 치료비용으로 70만~80만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5년만 지나면 헴제닉스 투약 비용을 초과하는 셈이다.

한 번 투여하려면 수십억원이 드는 유전자 치료제이지만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으면 환자의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 /사진=한국노바티스


27억원짜리를 598만원에… 건강보험 수혜


장기적으로 유전자 치료제가 저렴하더라도 환자가 당장 활용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의약품이 건강보험 제도권에 편입되면 환자 부담분이 대폭 줄어든다는 점에서 초고가 유전자 치료제가 국내서 많이 활용되려면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관건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인 졸겐스마의 경우 2022년 8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환자 부담분은 최대 598만원으로 줄었다. 졸겐스마를 투약한 환자가 다른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를 추가로 투여할 때에는 해당 치료제에 대해 급여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미국에서 27억원 하는 치료제를 약 600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1회 치료에 3억6000만원이 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는 2022년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졸겐스마와 마찬가지로 환자 부담분은 최대 598만원으로 줄었다. 킴리아는 백혈병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제로 환자 면역세포(T세포)와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유전자 조작으로 결합한 치료제다.

현재 1회 치료에 9억원이 드는 노바티스의 유전성 망막질환(IRD) 치료제 럭스터나의 건강보험 급여 심사도 진행 중이다. 졸겐스마와 킴리아를 살펴보면 럭스터나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2023년 하반기에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초고가 유전자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고가 의약품에 대한 별도 급여관리 기준을 신설해 2023년부터 시행한다.

2021년 3월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킴리아가 건강보험을 적용받기까지 1년 1개월이 걸렸다. 통상 신약 허가에서 건강보험 적용까지 9개월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킴리아 건강보험 적용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유전자 치료제는 아니지만 연간 치료제 가격이 4억원 수준인 노바티스의 SMA 치료제 에브리스디는 2021년 7월 건강보험 급여 신청서가 제출됐지만 아직 심사 중이다.

사진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 /사진=로이터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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