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부터 치료까지… 넝쿨째 굴러온 '유전자'

지용준 기자 2023. 1. 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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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유전자 시대 열린다②] '나쁜 유전자 편집' 공상이 현실로… 2026년 91조원대 시장 형성

[편집자주]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초기 단계임에도 2021년 11조원이 넘는 시장이 형성됐다. 인간의 진화와 질병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인간 유전자 지도가 2022년 4월 완성됐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의약품 개발 도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난치병이었던 질병을 극복할 수 있고 장기간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 신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정 유전자를 자르고 더 좋은 유전자를 주입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과학계가 유전자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유전자 산업은 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 유전자 편집 등 다양한 분야로 파생되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11조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②검사부터 치료까지… 넝쿨째 굴러온 '유전자'
③'원샷 원킬' 유전자 치료제… 가격 봤더니 수십억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기술을 적용한 베타지중해빈혈과 겸상적혈구병 치료 신약후보물질 엑사셀을 2023년 주목해야 할 과학기술로 꼽았다. CRISPR-Cas9는 특정 유전자 부분을 잘라낼 수 있는 일명 '유전자 가위'로 불린다. 미국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버텍스 파마슈티컬스가 공동 개발 중인 엑사셀은 CRISPR-Cas9로 잘못된 유전자를 편집한 다음 세포를 사람에게 다시 주입해 환자를 치료한다. 엑사셀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을 경우 전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존재하던 나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유전자 관련 분야가 명실상부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유전자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유전자 분야는 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유전자 편집, 유전자 검사 등으로 파생되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21년 말 보고서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고 지목했다. 세포 치료제는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키는 등 치료와 진단,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을 가리킨다. 유전자 치료제는 정상 유전자와 치료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에 넣어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11조4600억원에서 연평균 49.1%씩 성장해 2026년 91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포그래픽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추이. /그래픽=강지호 기자


뜨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연평균 약 50% 성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를 통합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90억1000만달러(11조4600억원)에서 연평균 49.1%씩 성장해 2026년 716억달러(91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세포·유전자 치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2015년 암젠의 유전자재조합 임리직이 악성흑색종 치료제로 FDA를 뚫은 이후 2022년 12월 기준 FDA 허가를 받은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13개뿐이다. 그럼에도 이 시장의 성장을 진단한 이유는 전 세계 기업들이 잇따라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 따르면 세포·유전자 치료제 임상 현황은 ▲후보물질 발굴단계 967건 ▲임상 1상 221건 ▲임상 2상 435건 ▲임상 3상 102건 등으로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몰두하고 있다.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개발 기업들은 세포·유전자 치료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따르면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들은 2021년 전 세계적으로 230억달러(29조555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2022년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벨기에 제약기업 갈라파고스가 차세대 CAR-T(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를 개발을 위해 셀포인트와 어바운드바이오를 인수했다. 미국 유전자편집 전문기업 인텔리아테라퓨틱스는 리라이트테라퓨틱스를 인수해 차세대 유전자 편집기술을 확보했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진입 현황. /그래픽=강지호 기자


차세대 먹거리 된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날개를 펴고 있다. SK팜테코와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 GC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성장세인 반면 개발 중인 기업 대다수가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소규모인 점을 주목했다. 특히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는 공정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제조에서 사업화까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SK팜테코는 2022년 2월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CBM에 4200억원을 투자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메디포스트는 캐나다 옴니아바이오와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관련 ▲제품개발·품질분석·인허가 서비스 ▲각종 세포·원료 생산 서비스 ▲생산된 제품(세포) 보관 서비스 등 임상부터 상업화까지 일련의 신약개발 과정에 대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차바이오텍은 3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말 준공을 목표로 바이오 은행을 짓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이 시설을 통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바이럴벡터, 플라스미드DNA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랩지노믹스 연구원들이 유전자 검사 분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랩지노믹스


돈 되는 유전자 검사


유전자 검사 시장도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는 타액 같은 체액, 조직 또는 혈액에서 분리한 세포로부터 DNA를 추출해 어떤 질환과 연관된 유전자를 보유했는지 판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민 절반 이상이 경험해본 유전자 증폭(PCR)검사가 대표적이다. 유전자 검사 시장은 특정 유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유전자시퀀싱 비용의 감소와 기술력이 고도화돼 소비자 의뢰 검사(DTC)까지 산업이 확장하고 있다. DTC는 한국에서 영양소, 피부·모발, 식습관, 개인특성 등 영역에 한해 건강관리 검사 기능만 존재하다가 2022년 검사 범위가 확대되는 등 규제가 완화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마크로젠과 테라젠이텍스, 랩지노믹스 등을 DTC 선두주자로 꼽는다.

DTC 시장 전망은 밝다. 2021년 8월 김인영 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이 발간한 DTC 유전자를 활용한 개인 맞춤 서비스의 최신 동향에 따르면 DTC 시장은 2019년 64억2400만달러(7조8000억원) 수준에서 2024년 117억9080만달러(14조28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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