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사흘째 재투표서도 의장 선출 실패…공화 내분에 공전 지속(종합)
공화 중도파도 추가 양보안에 불만…하원의장 공백 사태 장기화 가능성도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 하원이 118대 의회가 출범한지 3일째를 맞은 5일(현지시간)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이어갔지만, 9차 투표까지 실시했음에도 공화당 강경파의 반란이 지속돼 또 다시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 11·8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측이 전날(4일) 공화당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추가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강경파들이 반대를 이어가면서 100년 만의 의장 공백 사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 하원은 이날 낮 12시쯤 본회의를 속개하고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재개했다.
7~9차 투표까지 민주당은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공화당 다수파도 매카시 원내대표를 의장 후보로 추천했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바이런 도널드 의원(플로리다)을 후보로 내세웠다. 다만 9차 투표에선 일부 강경파들은 케빈 헤른 의원(오클라호마)을 추가로 추천했다.
관례대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호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7~9차 투표에서도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민주당 전원의 지지를 받으며 모두 212표를 득표했다.
당초 유력한 하원의장 후보였던 매카시 원내대표는 7·8차에선 201표를, 9차에선 1표가 줄어든 200표를 얻는데 그쳤다.
강경파가 추천한 도널드 의원은 7차에서 19표, 8·9차에선 각각 17표를 얻었다. 8차 투표 때부터 의장 후보로 등장한 헤른 의원은 8차에서 2표, 9차에선 3표를 각각 득표했다.
강경파 중 한 명인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은 7·8차 투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져 주목을 끌었고, 9차 투표에선 헤른 의원에게 표를 행사했다.
빅토리아 스파르츠 의원(인디애나)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모두 '기권(Present)'표를 행사했다.
이처럼 공화당 강경파들의 반란이 지속되면서 하원은 9차례의 투표에서도 '과반(218표)'을 득표한 하원의장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매카시 원내대표는 전날 의장 선출이 불발된 직후 강경파와 심야 협상 끝에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기준을 1명으로 완화하고, 한국 국회의 운영위원회와 같은 하원 규칙위원회에 보수 성향이 강한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을 더 많이 배치하는 등의 추가 양보안을 제시했다.
여기엔 의원들의 임기 제한을 도입하고, 구체적인 국경 정책 법안을 제정하는 투표를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달 초 자신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기준을 '의원 5명'으로 낮추는 등 강경파의 일부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은 당초 하원의원 누구나 제출할 수 있었으나 2019년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지도부만 이를 낼 수 있도록 조건을 엄격히 강화했다.
매카시 원내대표의 당초 양보안에는 하원 법사위 내 '연방정부의 정치적 무기화'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 소위를 구성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매카시 원내대표가 이처럼 강경파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추가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에도 하원의장을 거머쥐는데 필요한 과반 득표에 또 다시 실패했다.
이에 따라 매카시 원내대표는 강경파와 추가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을 설득해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이같은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1923년 이후 100년 만의 하원의장 공백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원내 지도부에서도 강경파를 설득하는데 "며칠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공화당 중도파를 중심으로 추가 양보안을 놓고 불만이 표출되면서 매카시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일부 의원들은 매카시 원내대표가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매카시 원내대표가 낙마할 경우엔 스티브 스칼리스(루이지애나), 짐 조던(오하이오), 패트릭 맥헨리(노스캐롤라이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경파가 이날 후보로 추천한 헤른 의원도 대안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에선 다수당을 차지하고도 당내 자중지란으로 100년 만의 하원의장 공석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공화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하원에 봉사하는 모두는 이 기관의 존엄 유지라는 책임을 공유한다. 슬프게도 의장 선출에 있어 공화당의 왕당파적 태도는 경솔하고 무례하며 무가치하다"며 "우리는 의회의 문을 열어야 하고, 국민을 위한 일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전날 켄터키 방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원 의장 선출 지연과 관련, "당파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의회가 기능하지 못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내분으로 하원의장 선출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미 하원의 공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하원은 의장을 선출한 후에야 의원 선서 및 상임위 위원장 임명 등 원구성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미국 역사상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재투표가 실시된 전례는 모두 14차례이며, 마지막 재투표는 1923년에 이뤄졌다. 나머지 13차례는 모두 남북전쟁 이전이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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