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지용준 기자 2023. 1. 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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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유전자 시대 열린다①] 안젤리나 졸리 유방 전절제·코로나19 mRNA 백신, 유전자 기술의 힘

[편집자주]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초기 단계임에도 2021년 11조원이 넘는 시장이 형성됐다. 인간의 진화와 질병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인간 유전자 지도가 2022년 4월 완성됐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의약품 개발 도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난치병이었던 질병을 극복할 수 있고 장기간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 신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라는 암호가 해독되고 있다. 2022년 4월 전 세계 유전체 연구 석학이 참여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32년 만에 인간 유전자 지도를 100% 완성했다. 이와 함께 유전자 연구 석학인 스반테 페보(사진)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11조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②검사부터 치료까지… 넝쿨째 굴러온 '유전자'
③'원샷 원킬' 유전자 치료제… 가격 봤더니 수십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2022년 12월15일(현지시각) '2022년의 돌파구'라는 제목으로 과학계의 혁신 성과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유럽에서 흑사병 유행 이후 유전적 변이 현상을 다룬 '약 700년 전 유럽 인구의 절반을 사망케 한 흑사병이 남긴 유산' 연구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영국과 덴마크에서 흑사병으로 숨진 500명의 유골에서 DNA를 채취했고 흑사병에 대한 면역 반응을 높이는 245개의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생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이언스는 "이 연구는 인간이 자연에 의해 진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예로 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33억개의 염기서열로 이뤄진 인간의 유전자가 빠르게 해독되고 있다. 2022년 4월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유전자 지도가 100% 완성됐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이 보유한 유전자의 모든 염기 서열을 해석하기 위한 사업이다. 1990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그리고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계획됐다. 13년만인 2003년 과학자들은 인간 유전자 지도의 92%를 완성했고 20년 만에 나머지 8%를 채웠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완전한 게놈 정보를 갖게 됨으로써 사람마다 유전자의 차이와 이 유전자가 어떤 질병과 연관된 것인지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웅양 지니너스(유전체 분석기업) 대표(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는 "8%는 그동안 인간이 해독하지 못했던 암호라고 보면 된다"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이 발달하면서 100% 해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유전자 연구가 시작된 건 1953년이다. 미국의 유전학자 제임스 왓슨과 영국의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이 잘 알려진 이중 나선 모양의 DNA 구조를 발견한 게 시작이었다. DNA는 인간 유전자의 비밀을 간직한 화학물질이다. DNA에는 아데닌, 티아민, 싸이토신, 구아닌이라는 4개의 화학 염기가 존재하고 배열 순서에 따라 정보가 결정된다. 가령 알파벳의 나열 순서에 따라서 단어와 문장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염기서열의 배열에 따라서 유전자의 기능이 결정되는 것이다. 유전자는 이런 DNA로 구성된 유전정보 단위를 뜻한다.

과학자들은 현대 인류뿐 아니라 고대 인류의 유전자를 파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2022년 10월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는 고대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밝힌 유전학자다. 페보는 네안데르탈인 염기서열 연구로 멸종된 인류와 현대 인간 사이의 관계를 규명했다. 국내에서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저자로 유명하다. 그는 1997년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을 해독해 발표했고 2009년에는 세계 최초로 네안데르탈인 게놈 전체를 해독했다. 박 대표는 "페보의 연구는 현생 인류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인간 유전체 연구를 통해 유인원이 진화하는 단계에서 유전자 발현의 차이가 어떻게 진화하고 변화시키는지를 밝혔다"고 평가했다.

유전자 연구는 1953년 미국의 유전학자 제임스 왓슨과 영국의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이 이중나선 형태의 DNA 구조를 발견하면서 본격화했다. 인포그래픽은 한국인 표준유전체 지도. /사진=마크로젠


유전자 기술, 어디에 쓰일까


유전자 분석에 따라 헬스케어 산업의 외연이 커지고 있다. 병에 걸리는 이유가 유전자 탓인 경우가 많아서다. 의료계에선 6000개 이상의 질병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유전자를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은 치료제 개발부터 검사, 진단, 예방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전자 검사는 유전자 분석의 발달로 가장 특혜를 받는 산업 중 하나로 자신이 앓고 있는 유전 질환의 진단과 치료 방법을 돕는 등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2021년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양측 유방 전절제술을 받은 것도 가족력이던 유방암을 우려해 유전자 검사를 받아 선제적으로 치료에 나선 사례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국가적 재난 감염병 극복에 있어 유전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바로 코로나19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다. mRNA는 바이러스의 DNA 정보를 리보솜에 전달해 항원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바이러스 항원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대신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만 알면 빠르게 설계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획득한 모더나가 48시간 만에 mRNA 백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유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환자를 분석하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유전자 정보를 통해 질병을 확인하거나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유전자 기술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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