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둔촌주공만 살린다고?…무주택자 '분통'
정책 일관성 '흔들'…'이럴 줄 알았으면 청약했지'
다만 "연착륙 위해 불가피한 조치" 시각도
신규 주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높은 금리 탓에 집값 하락의 혜택을 누려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집값이 반등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책 대부분이 소급 적용돼 이미 자금 여력이 충분했던 수요자만 이익을 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예측 불가능한 정책 방향성 탓에 내집 마련 기회를 놓쳤다는 허탈함도 엿보인다. 다만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부동산시장 특성상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매수심리 불씨…집값 오르면 어쩌나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보고한 올해 주요 정책 과제를 두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대책이었다고 평가하는 반면, 집값 하락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성급하게 규제를 대폭 풀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무주택자의 불만이 거세다. 이번 대책 중 신규주택 매수 시 △전매제한 기간 축소 △실거주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 기준 폐지 △1주택자 기존 주택 처분의무 폐지 등의 방안이 주춤했던 매수심리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정부 대책 관련 기사에는 "무주택자들 위해서 좀 빠지게 놔두지, 뭐가 그리 급할까", "실거주 안해도 된다고 하면 결국 투기해서 분양받고, 분양권 전매해서 돈 벌란 얘긴데 대놓고 투기를 조장하는 것"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관련 기사:'둔촌주공 당첨자들 좋겠네'…대출 되고 실거주 안해도(1월3일)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번 대책으로 주택 매수를 위한 규제가 대거 사라진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미 취득세 중과 배제 등 세금 규제를 완화했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등 대출 규제도 일부 해제한 바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실수요와 외부 투자수요 유입이 상당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1주택자 주거 이전 수요가 자극돼 침체된 거래 시장 정상화 효과가 기대된다"며 "특히 9억원 이하 특례보금자리론이 올해 1분기 중에 도입되면 시장 전반의 매수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둔촌주공 넣을 걸'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 점도 지적된다. 정부는 작년 10월 말 중도금 대출 허용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한 바 있다. 이 탓에 당분간은 추가 조정이 없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약 2달 만에 허용 기준을 아예 폐지하면서 분양가와 상관없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이같은 방침을 소급 적용할 예정이라 모집 절차를 마친 단지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규제가 완화될 걸 알았다면 1·2순위 청약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전용 84㎡는 작년 말 모집공고 때만 해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가능해진다.
한 누리꾼은 위의 기사 댓글에서 "다들 감당할 만하니까 넣은 것을 굳이 왜 수혜를 주는 건지 누더기도 이런 누더기가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인정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질문에 "언제 어디에 경계를 둬도 정책 이전과 이후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픈 지적으로 정책당국의 고충이 있다는 점 양해를 구한다"고 답했다.
목적은 하나, '경착륙 막자'
이런 반응을 예상했지만 정책을 강행한 건 부동산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직방에 따르면 작년 12월 전국 1순위 청약경쟁률은 1.9대 1로 전년 동월(15.2대 1)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1순위 청약 미달률은 28.2%에서 52.9%로 크게 올랐다.
최근까지도 아파트 가격은 하락 폭을 계속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76% 하락했다. 2012년 5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 낙폭이었다. ▷관련 기사:주택시장 '한파' 속 마무리…노원 추락·서초는 버티기(2022년 12월31일)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시장 연착륙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요가 많은 서울 등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조금씩 해소될 수 있어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이번 업무보고 내용에 따라 아파트 분양시장이 눈에 띄게 큰 변화를 맞게 됐다"며 "각종 세제, 대출 규제 수위가 한층 낮아져 수요자의 주택 구입 진입 장벽과 제한이 완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의 거품이 좀 빠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부동산 시장은 연착륙이 잘 안 된다는 게 문제"라며 "시장 변화와 정부 정책 간의 시차를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재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