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주담대 등장...'앞으로 더 올라간다'
전세대출 여전히 부담…잔액 전달 대비 1조 넘게 ↓
작년 한해 동안 무섭게 오르던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결국 8%를 돌파했다. 주담대 뿐만 아니라 전세 대출, 신용대출 금리 상단도 6~7%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대출 금리의 고공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대출 금리 인상 자제 요구에 은행들이 하나둘씩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새해부터 주담대 8% 등장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5.15~8.11%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7% 후반까지 치솟은 데 이어 금리 상단이 8%를 넘은 것이다. 시중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8%를 넘긴 것은 2021년 금리 인상기 이후 처음이다.
이날 주담대 금리 가장 상단을 차지한 우리은행은 금리 상승 원인으로 가산금리 상승을 꼽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매달 내부 금리를 재산출하는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장기대출의 경우 자금 재조달의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이 일부 반영되며 금리가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가산금리란 기준금리에 신용도 등의 조건에 따라 덧붙이는 금리를 의미한다. 통상 대출금리는 은행의 조달 비용과 순이자마진 등을 붙이고 가산금리를 조정해 산출한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금리 또한 오르게 된다. 최근 이런 자금 조달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본조달 비용지수)가 오른 점이 대출 금리 상승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34%로 지난 한 해 동안 2.65%포인트 상승했다.
전세대출 금리 또한 4.88~6.98로 7%가 넘었던 지난달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6%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 대출 또한 5.99~7.24%로 금리 상단이 7%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대출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신년사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표현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에 대해서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금리가 8%를 넘었다"라며 "한국은행이 최소 금리를 1~2회 정도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대출 금리는 더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 대출금리 ↓…소비자 이자 부담은 여전
새해 들어 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자 일부 은행에서는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원큐주택신보 전세자금 대출, 원큐신혼부부전세론, 원큐 다둥이전세론의 경우 금리가 6개월물 금융채 기준 0.50%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원큐우량전세론과 원큐주택담보대출, 원큐신용대출은 0.10~0.35%포인트 인하됐다. 이날 기준 하나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변동금리는 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 연 5.0~5.61% 수준이고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5.9~6.5% 수준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기 가계 경제 부담 완화를 위해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위주 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 은행들은 하나은행보다 앞서 전세대출의 금리를 내려왔다. KB국민은행은 KB주택전세자금대출, KB전세금안심대출,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신규 코픽스 기준 최대 0.7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NH농협은행은 서울보증보험과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보증하는 NH전세대출 상품의 고정금리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1.10%포인트 인하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올해 4월 30일까지 주택보증(주택금융공사) 0.85%포인트, 서울보증(서울보증보험) 0.65%포인트 인하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리 인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선제적으로 이미 대출 금리를 다 내린 상황"이라며 "이미 대출금리 밴드 하단에 위치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별도의 인하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은 각각 신규 코픽스 기준 5.15~6.20%, 4.89~5.98%로 시중 5대 은행 금리밴드 하단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런 은행들의 금리 인하에도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이자 상환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서울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정훈 씨(31세)는 "은행들이 금리를 내렸어도 여전히 전세대출은 6~7%대인데 이것도 고신용자 기준"이라며 "지금도 이자가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올라 부담스러운데 금리가 이렇게 계속 오르면 내년에 있을 전세대출 연장이 벌써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금융권에서의 전세대출 잔액은 줄어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중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31조9870억원으로 전달 대비 1조777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금융권에서도 당분간 대출 금리 상승은 불가피 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금리가 오를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라며 "다만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상 자제 등에 따른 영향으로 은행들이 전세대출 금리 인하에 나선만큼 당분간은 큰 폭의 오름세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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