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 무인기, 용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

“비행금지구역 일부 통과” 밝혀
합참, 용산인근 침범 뒤늦게 인정
대통령실 “최종 항적은 3일 확인
은폐 아냐” 해명 불구 軍신뢰 타격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6일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P-73)을 일부 통과했고, 용산 대통령실의 촬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규현 국정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 후 브리핑에서 “항적조사 결과 ‘비행금지구역 북쪽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고받았다”며 “(북한 무인기의) 용산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무인기가 들어와서 그 고도에서 촬영할 수 있지 않느냐’는 가능성, 가정적 질문에 대해 (국정원이)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답변이지 그게 가능하다고 답변한 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대통령 경호 차원에서 서울 용산을 중심으로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다고 인정했다.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 군은 무인기가 대통령실과 합동참모본부 청사 등이 있는 용산 일대를 촬영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지난달 29일)라고 강력 부인했는데, 일주일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2022년 12월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은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대통령실 일대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군 당국의 입장 번복과 관련해 “북한 무인기의 최종 항적은 지난 3일 확인됐고, 지난달 26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료를 제출했던 당시 자료로는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안쪽을 스치고 간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군 당국이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하거나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침투했다는 분석은 사태 초기부터 제기됐으나, 군은 무인기가 서울 북부 지역에서만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입장이 바뀌면서 북 무인기 대비태세는 물론, 군 당국 발표에 대한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북부 지역만 비행했다는 군 발표와 달리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사실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찬·이현미·김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