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꽉 잡고 있는 아세안이 미래?…현대차·기아, 전기차로 파고든다
전기차 현지생산 필요, 日과 동일선…"잠재력 있어 급성장할 것"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현대자동차가 미래 핵심 시장으로 '아세안' 시장을 지목했다. 아세안 시장은 이미 일본 완성차 업체가 꽉 잡고 있지만, 높은 경제 성장률·젊은 인구 구조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신흥시장이다. 아세안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대차도 이를 파고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아세안 시장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일 신년회에서 "아시아 대권역 출범을 계기로 기존 완성차 사업의 확대와 더불어 전동화 선도로 아세안 시장을 미래 핵심 시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이영택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아세안권역본부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아세안권역본부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존 아태권역본부에서 분리·신설됐다. 이 부사장은 인도네시아 공장과 베트남 합작공장의 완공을 이끌었고, 필리핀·태국 판매법인을 설립해 아세안 시장 진출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아세안 시장은 아직 일본 완성차 업체의 텃밭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아세안 주요 6개국의 일본계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2019년 기준 74.3%로 3분의 2이상을 차지한다. 이어 아세안 국가 내 브랜드가 9.8%, 한국계 회사는 5.2% 수준에 그친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1960년대부터 태국에 위탁 생산을 맡겼고, 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다른 아세안 국가로 수출할 때 아세안상품무역협정(ATIGA)에 따라 관세를 면제받았다. 이를 통해 일본 완성차 업체는 아세안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아세안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아세안 자동차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태국은 전기차 지원정책에 현지 생산 요건을 부가해 자국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에서 배터리 제조, 부품 현지화율을 충족하는 전기차에 사치세를 면제하고, 태국은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에 자국산 배터리·부품 사용 요건을 부가했다.
현지 생산 기반을 구축해야 해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긴 하지만 내연기관 모델에서는 절대 강자였던 일본과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된다. 전기차로의 전환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완성차 업체와 달리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아이오닉5, EV6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는 등 특히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생산해 아세안 시장에서 판매 중이고, 태국 내에서도 전기차 생산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가 아세안 시장을 바라보는 또 다른 이유는 기존 수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상반기 기준)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CNBC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후 판매량이 줄어 결국 현지 업체 포드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유럽은 미국의 IRA에 반발해 유럽판 IRA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올해 10월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유럽보다 더 많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철강, 시멘트 등의 제품에 관세를 더 물리는 방식이다. 자동차는 해당 리스트에 빠졌지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중국도 전기차 시장에서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어 현대차가 파고들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아세안 자동차 시장에서의 우리기업 성장 동력은 크다. 타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도 없는데다 인구 역시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자연에 따르면 아세안 시장의 인구는 2020년 기준 총 6억600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12.5배에 달한다. 한자연은 "아세안 주요국가들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어, 1인당 국민 소득 수준향상으로 자동차 내수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세안 시장은 안정적이면서 성장하는 시장이다. 아세안 10개국이 모두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데,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전기차는 일본이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대차·기아의 기술 수준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섰고, K-팝과 더불어 우리나라 자동차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충분히 파고들 수 있는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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