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기술]⑩결국 '수소'할 수 밖에…韓, 수소차로 '선두' 생산·운송도 노린다

이형진 기자 2023. 1. 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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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활용 위해 필수…현대차, 넥쏘로 글로벌 1위·수소 트럭까지
생산·운송·저장 부족하지만…배터리·조선 기술력으로 선두 겨냥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파가 거세다. 전방위적인 수요 감소로 기업들의 창고엔 안 팔린 재고가 쌓이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술 개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을 위해선 '초격차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먹여 살릴 'K기술'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울산항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로 수출되는 ‘넥쏘’와 ‘일렉시티 FCEV’를 선적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2020.9.28/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11월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재계 총수들과 회담을 가졌을 당시 주된 키워드는 '방산·에너지' 였다. 재계 총수 중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도 함께 자리했다. 사우디의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는 수소를 통해 100%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인다는 계획인데, '수소 모빌리티' 선두주자인 현대차와 협력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탄소 중립 정책을 펼치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시도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운반체로 '수소'가 각광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하지만, 화석에너지에 비해 간헐성이 높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에너지를 수소와 같이 저장·운송하는 운반체가 필수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 소비량은 2030년에는 1억4000만톤, 2050년에는 6억6000만톤에 이르고,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2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수소 경제는 현대차의 수소 모빌리티와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 역할하고 있다. 다만 수소 산업은 생산과 저장·운송 역시 중요한데, 이는 아직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여러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K-기술력'이라면 생산과 저장·운송 분야도 선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현대자동차 제공) 2022.8.2/뉴스1

◇현대차, 세계 최초 수소차 개발…연료전지 보급도 세계 1등

현대차는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해 수소차 개발에 착수했고, 2000년 싼타페를 바탕으로 한 첫 모델을 개발했다. 2004년에는 연료전지스택을 독자로 개발했고, 2005년에는 주행거리 384㎞에 달하는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했다.

2010년부터 양산 모델 개발에 나선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 투싼ix Fuel Cell을 출시했고, 2018년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수소전기차 승용모델 넥쏘를 공개했다.

넥쏘의 최대 출력은 113kw, 5분 충전 시 최대 609㎞의 주행이 가능하다. 적재 공간을 최대화한 세계 최초 3탱크 저장 시스템을 활용 중으로 52리터의 고압 수소를 탑재할 수 있다. 고내구성 스택기술로 기존 내연기관자동차의 내구연한 수준과 비슷한 10년 16만㎞의 내구 성능을 가졌고, 공차중량 1328㎏의 가벼운 차체도 강점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세계 수소 승용차 판매는 1만6195대로 이중 현대차 넥쏘 판매량은 9591대다. 전체 시장 점유율의 59.2%에 달했다. 2위 도요타 미라이가 2897대를 판매한 것의 3배가 넘는 판매량이다.

현대차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하면서 수소 상용차 부문에서도 최첨단을 달리는 중이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대형트럭은 넥쏘의 연료전지를 2개를 합쳐 190kW급 연료전시 시스템으로, 최대 32㎏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수소탱크 7개를 장착했다. 1회 충전으로 400㎞의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스위스, 독일,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에 엑시언트를 공급해 운행 중이며, 지난 8일에는 국내에도 엑시언트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미래항공모빌리티(AAM) 테크데이에서 수소 멀티콥터 드론을 공개하기도 했고,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9월 'H2 MEET' 전시회에서 수소연료전지 파워팩이 탑재된 터그 차량(공항 작업차량)을 공개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전기 배터리보다는 가벼우면서 더 많은 용량을 실을 수 있어 디젤 엔진을 활용하는 중공업 기계·열차 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크다. 국내 최대 철도 기업인 현대로템은 지난해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실증 사업으로 수소트램을 개발 중으로 내년 말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보급도 우리나라는 올해 상반기까지 808MW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527MW, 일본 352MW(지난해 기준)에 비하면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전세계 발전용 연료전지 공급은 미국의 블룸에너지와 우리나라 두산퓨얼셀이 시장을 양분하는 상황으로, 두산퓨얼셀의 인산형 연료전지(PAFC)는 높은 안정성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오후 전라북도 익산시 두산퓨얼셀 제조공장을 방문, 로봇이 연료전지 스택을 쌓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2.10.18/뉴스1

◇수소 생산 및 저장·운송 기술 아직이지만…K-기술이라면 '도약 가능' 수소 산업은 활용 산업뿐 아니라 생산과 저장·운송 분야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의 원천기술 확보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전략'을 밝히면서 생산과 저장·운송 분야는 아직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있다고 봤다.

수소는 생산과정 중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정도에 따라 색으로 구분하는데, 친환경 목적으로는 탄소포집기술(CCUS)기술 등을 이용해 생산하는 블루수소와 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전해(물을 전기로 분해) 방식으로 생산되는 그린수소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는 또 단위 부피당 밀도가 낮아 고압으로 압축해 저장하거나, 영하 253℃ 극저온에서 액화 상태로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질소와 결합해 암모니아로 운송·저장하는 기술도 연구 개발 중이다.

생산과 저장·운송 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비교해 떨어지지만,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우리나라 배터리·화학·조선 기술력 등을 고려하면 수소의 생산과 저장·운송 분야에서도 두각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관련 투자도 활발하다. ESG경영을 강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덕에 SK는 그룹 차원에서 수소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SK는 2025년까지 약 18조원을 투자해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가치 사슬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 에너지 관련 계열사의 전문 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사업추진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18년 이후 협력을 이어온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블룸에너지는 3세대 연료전지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SK에코플랜트는 블룸에너지와 협업으로 친환경 수소 생산 실증에 성공해 기술을 확보했고, 북미·유럽 파트너사들과 그린 암모니아 사업도 검토 중이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세계 1위 수소탱크 업체로, 2014년 세계 최초로 타입4 수소연료탱크 양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넥쏘를 기준으로 경쟁사 대비 완충 주행거리가 20㎞ 이상 길고, 경쟁사보다 11% 가량 더 가벼운 용기를 사용한다.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연료탱크는 자동차 외에도 지게차·드론 등 다양한 방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16일 부산에서 열린 수소선박기술포럼에서 선박 전문가들은 LNG운반선의 기술력으로 액화수소운송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우리 조선업계에서는 지난해 전세계 LNG운반선 수주의 89.3%를 담당했다. LNG운반선은 천연가스를 극저온에서 액화시켜 운송하는 선박인 만큼 LNG운반선 기술을 활용하면 수소 운반선 개발도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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