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양조자를 위한 양조장 성공 비법서... ‘한국술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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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와인이 구름 같은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유명한 와인 이름 한두 가지를 외우지 못하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 취급을 받던 때가 있었다.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양조장을 '최고의 막걸리, 양조인, 수출하는 술, 누룩 장인, 명인' 이렇게 5개 키워드로 명쾌하게 분석했다.
양조장마다 개발한 성공한 술의 설계도와 마케팅까지 생중계하듯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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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만들겠어!
한때 와인이 구름 같은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유명한 와인 이름 한두 가지를 외우지 못하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 취급을 받던 때가 있었다. 이제 한국술 차례다. 유명인 누군가가 즐겨 마셨다더라, 이 지역에서는 이 막걸리가 가장 맛있다더라에 대한 일차적인 지식을 넘어 ‘진짜 좋은 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여느 술처럼 우리 술을 빚는 양조 과정은 ‘미생물 놀이’다. 요즘은 집에서 직접 막걸리를 담가 즐기는 이들도 있어 인터넷 등에서는 막걸리 같은 우리 술 제조 방법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술 맛은 밑술의 급수량과 재료마다 갖는 전분질 처리 방식에 따라 요동친다. 밑술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면 이 책을 펼쳐보자. 밑술은 ‘술을 빚을 때에 빨리 발효되도록 누룩·지에밥과 함께 조금 넣는 묵은 술’이다.
이 책은 30년간 현장을 취재해온 저자가 지난 7년간 전국 80여 곳 양조장을 답사한 기록을 한 곳에 묶은 결과물이다.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양조장을 ‘최고의 막걸리, 양조인, 수출하는 술, 누룩 장인, 명인’ 이렇게 5개 키워드로 명쾌하게 분석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모은 자료는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 변화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전통주가 ‘묵직하고 시큼털털한 신맛’에서 1990년대 초반 감미료(아스파탐)를 사용한 ‘단맛 술’로 진화했다가 최근 단맛과 신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식으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단순히 추세만 나열하지 않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왜 이런 변화를 겪었는지도 분석한다. 술 첨가물에 해당하는 아스파탐 (aspartame)은 단맛이 설탕 200배나 되는 아미노산계 감미료다. 국세청은 1991년 7월부터 아스파탐(감미료) 사용을 허가했고, 그 결과 막걸리는 단맛과 신맛의 조화를 접목하는 술로 변화하는 계기를 맞는다. 이어 2020년에는 막걸리에서 신맛 상한선인 0.5% 규제를 풀면서 전통주에서도 신맛을 강조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이전까지 술에서 신맛이 나면 ‘젖산균이 과도하다’, ‘잠재적으로 잘못된 술’, ‘오래된 술’이라는 악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과학적인 양조 기법에 기반해 탄산감을 강조한 전통주가 사랑을 받고 있다. 탄산음료를 달고 지내는 젊은 소비층 입맛에 맞춘 음료형 술맛을 저격한 것이다.
저자는 여러 양조장을 한곳 한곳 타박타박 걸으면서 별곡(別曲)처럼 엮었다. 이 책에는 막걸리계 새바람을 일으킨 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 찹쌀이 가진 단맛을 잘 뽑아낸 ‘기분 좋은 단맛’의 해창 막걸리, 무감미료 막걸리 대중화를 주도한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막걸리 처럼 널리 알려진 술부터 매실특구 광양에서 농익은 황매로 만든 40도 매실증류주 ‘서울의 밤’, 평양 감홍로·전라도 죽력고와 함께 조선 3대 명주로 꼽혔던 전주 이강주 같은 숨겨진 명인의 술까지 두루 등장한다.
이 책에는 명주(名酒)를 만드는 양조자들이 겪은 창업의 흥분과 실패, 좌절과 성공이 다큐멘터리처럼 알알이 적혀 있다. 양조장마다 개발한 성공한 술의 설계도와 마케팅까지 생중계하듯 소개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만들고자 하는 예비 양조자라면, 혹은 그저 좋아하는 술의 짜릿한 탄생비화를 듣고 싶은 애주가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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