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열제 생산에 24시간 풀가동… “1억 개 목표에 잠도 포기했죠”

천안(충남)=김명지 기자 2023. 1. 6.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근당 천안공장 아세트아미노펜 생산 현장
라인 신설하고 2교대를 3교대로 늘려
생산 허가 받고 일주일여만에 1000만 개 생산
김영주 대표 “국민 건강과 공급 안정이 최우선”
오유경 처장 “원료 수급 잘 돼고 있나” 챙겨
5일 종근당 천안공장 생산동 2층 아세트아미노펜 생산라인에서 '펜잘 큐'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천안=김명지 기자

“감기약 생산한다고 연말 휴가도 반납했습니다.”

지난 5일 충남 천안시 종근당 천안공장에서 만난 박완순 종근당 생산기획팀장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감기약인 ‘펜잘’ 제품의 생산 현황을 묻는 질문에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늘려 밤낮없이 생산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답했다. 박 팀장은 “감기약 때문에 잠도 포기했다”라며 웃었다.

이날 생산동 2층 감기약 생산 라인에서 ‘펜잘8시간ER서방정(650㎎)’ 500개들이 제품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약은 병원에서 의사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에서 쓰는 ‘조제용 감기약’이다.

조제용 감기약은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한 이후 수요가 폭증하면서 동네 약국에서 구하기 힘든 귀한 존재가 됐다. 정부는 감기약 품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에게 생산 및 수입 확대를 요청했고, 종근당은 지난해 말 전량 위탁생산하던 조제용 감기약을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5일 오후 충남 천안 소재 종근당 천안공장을 방문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제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오유경 식약처장. /연합뉴스

다행히 천안 공장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 ‘펜잘 큐’를 생산하고 있었다. 종근당은 일반약 감기약 제품 라인을 그대로 활용해도 좋다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곧바로 설비 재정비에 들어갔다.이날도 조제용 감기약 생산 라인 바로 앞에는 ‘펜잘 큐(10정)’ 20개 들이 제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천안공장의 조제용 감기약 생산라인은 지난달 23일 허가를 받고, 31일까지 1056만 개를 생산했다. 제약업계에서는 12월 마지막주는 대부분의 직원이 휴가를 내고 쉰다. 하지만 천안공장 일부 직원들은 목표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연말 휴가를 반납했다.

종근당은 이렇게 생산한 약을 유통사를 통하지 않고, 감기약이 부족한 지역에 직접 공급했다. 김영주 대표는 “감기약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부터 우선 공급하기 위해 식약처와 약사회, 유통협회의 도움을 받아 직접 공급의 방식을 취했다”라고 설명했다.

종근당의 펜잘 라인은 8시간에 최대 5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약은 코팅, 품질 점검, 포장 등의 절차를 거쳐 시중에 공급된다. 종근당은 1월 1384만개, 2월 1008만 개, 3월 3591만 개의 조제용 감기약을 생산하기로 정부와 약속했다.

5일 종근당 천안공장에서 종근당 지창원 생산본부장이 아세트아미노펜 감기약 생산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천안=김명지 기자

지창원 종근당 생산 본부장은 “생산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오는 3월에 생산하기로 한 3591만 개를 1~2월까지 앞당겨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올 겨울 감기약 수급난을 타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봄이 되면 기온이 오르면서 감기 환자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날 천안 공장에는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과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을 수입⋅생산하는 국내 9개 제약사 대표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 앞서 천안공장을 둘러본 오유경 처장은 “감기약 원료는 제대로 공급되고 있느냐”라며 원료 수급부터 챙겼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감기약 원료의약품은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중국 현지에 코로나가 폭발하면서 원료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창원 본부장은 “4월까지는 생산에 큰 문제가 없도록 원료는 확보를 해 놨다”라면서도 “중국에서 감기약을 쓸어담고 있어서 향후 안정적으로 원료를 구하려면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온 제약사 대표들도 안정적인 원료의약품 수급을 걱정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원료의약품 국내 생산을 독려할 수 있는 장려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었다. 종근당을 비롯해 한미약품도 위탁생산하던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을 직접 생산으로 바꿨다.

김 대표는 감기약 생산으로 얼마나 이익이 나오느냐는 질문에 “약값이 올랐지만, 조제용 감기약은 남는 이익이 거의 없다”라며 “지금은 국민 건강과 공급 안정이 우선이니까, 감기약이 시중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종근당은 올해 말까지 천안공장에서 1억 228개, 제뉴파마 위탁생산으로 2733개를 합쳐 총 1억2961만 개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