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소주가 자꾸 ‘순해지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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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어디까지 '순해질' 것인가.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 하이트진로가 9일 리뉴얼해 출시할 '진로'의 공통점은 16도짜리 소주라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진로를 리뉴얼하면서 낸 보도자료에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도수를 16도로 낮췄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지금까지 10차례 넘게 소주 도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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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어디까지 ‘순해질’ 것인가.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 하이트진로가 9일 리뉴얼해 출시할 ‘진로’의 공통점은 16도짜리 소주라는 것이다. 새로와 진로 모두 기존 제품보다 도수를 0.5도 낮췄다.
한때 소주 도수가 25도로 ‘독한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25도였던 소주의 도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1도씩, 0.5도씩 내려가 현재의 16도까지 왔다.
소주 회사들은 왜 알코올 도수를 내릴까. 하이트진로는 이번 진로를 리뉴얼하면서 낸 보도자료에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도수를 16도로 낮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낮은 도수 소주는 소비자들의 요구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바로 돈이 연관돼 있다. 도수를 낮추면 소주 제조사 영업이익이 늘어난다.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는 원재료인 주정(酒精·에틸알코올)에 물을 타 만든 희석식 소주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을 덜 써도 돼서 병당 주정값 0.6원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더 낮은 도수에 소비자는 술을 더 마시게 돼 판매량이 늘어난다.
도수를 낮춘 소주 신제품 가격을 보면,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처음처럼 새로의 출고가는 한 병(360mℓ)에 1095.6원으로 초록병 처음처럼(1162.7원)보다 조금 싸다.
그러나 업계 1위 하이트진로의 진로 한 병 출고가는 기존 그대로 유지된다. 원가는 줄여 이익 폭을 높이면서 가격은 그대로 받는 것이다. 마침 올해 초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 출고가를 평균 7.9% 올렸다.
하이트진로는 지금까지 10차례 넘게 소주 도수를 내렸다. 공교롭게도 2000년 이후 도수를 낮춘 해는 실적이 나빠질 때였다. 2006년 참이슬 클래식 도수를 21도에서 20.1도로 낮추고, 도수가 낮은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했을 때도 영업이익이 1년 전(2104억원) 대비 반토막인 1229억원으로 추락했을 때였다.
지난 2019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하이트진로는 2006년부터 점진적으로 도수를 낮춤으로써 원가 절감 효과를 누려왔지만, 이를 출고가에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은 저도주를 좋아한다’ 등의 말은 이제 지겹다. 도수를 낮추면서 아낀 원가는 어디로 가는 걸까.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은 1974억원이다. 2021년 1741억원보다 2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야금야금 도수를 낮추면서 가격은 살금살금 올라가는 소주. 소주에 붙은 ‘서민의 벗’이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이민아 식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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