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공존 혹은 공습]③ AI가 대체할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박상휘 기자 박혜연 기자 이정후 기자 2023. 1. 6.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 발달 속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노동의 재정립 필요
노동 구조 변화 주목…해외선 로봇세·기본소득 논의 활발

[편집자주] 지난해 말 미국의 AI 연구 기업 오픈AI가 내놓은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의 등장에 IT업계가 들썩였다. 까다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완성된 문서 형태로 내놓는 챗GPT는 언어능력은 물론 단순한 일상 대화를 넘어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겨져온 예술과 창작에서까지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성큼 다가서고 있는 'AI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까.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상휘 박혜연 이정후 기자 = 19세기 초 산업 혁명이 만들어낸 대량 생산과 자동화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은 섬유 기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일종의 계급투쟁을 벌였는데 우리는 이를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불렀다.

21세기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인간에게 적지 않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AI 기술 발달이 가져올 일자리 대체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상당수 사용되고 있는 챗봇은 이미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단순 반복적 업무에 한해 AI를 이용한 임금 경감과 직무 변화는 현실화되고 있다.

인간의 일자리를 하나씩 대체해 나가고 있는 AI가 산업 전면에 등장하는 시기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사회…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미래가 어떻게 될지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미국의 AI 연구 기업 오픈AI가 지난해 말 공개한 언어생성 AI인 ‘챗GPT'(ChatGPT)에게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제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버드대의 저명한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교수는 AI는 "지능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어떤 전문가나 학자들도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지는 않는다. 다만, AI가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의 절반이라도 대체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기획물의 앞선 기사(''챗GPT' 진화…창작까지 넘본다'·'만화가의 생존위협, 더이상 엄살이 아니다')에서도 밝혔듯 AI는 단순 노동뿐만 아니라 창의성이 요구되는 예술 분야에서도 인간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AI의 발달은 고용은 물론 산업혁명 이래 사회적, 경제적으로 가장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여기서 러다이트 운동을 다시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러다이트 운동은 우매한 민중들이 감정적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잘못 알려진 측면도 있는데, 사실 러다이트 운동은 월급으로 빵 한 조각 사기 힘들었던 노동자들이 자본가에 맞서 계급투쟁을 벌인 노동운동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21세기 판 러다이트 운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노동 시장에서의 일자리 감소와 실업률 상승, 또 AI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 않도록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AI 발전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복지와 재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혁명 이후와 마찬가지로 AI라는 기술이 발전한 사회에도 새로운 노동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AI시대에 기업과 개인이 모두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무조건적인 저항보다는 AI를 활용한 부의 축적과 생산성 향상, 동시에 인간을 향한 복지와 자유를 보장해야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 충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충격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핵심인데 제일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며 "노동과 복지, 교육이 함께 움직이면서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사람을 재교육하고 재투입되는 기간까지는 복지가 받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1회 서울카페쇼에서 한 관람객이 커피를 제조하는 로봇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인간과 AI의 공존 필요충분조건은…로봇세와 기본소득

해외에서는 이미 AI 등 자동화에 따른 노동 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과 존재 이유를 지키기 위해 임금 외에 다른 수입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로봇세다. 갈수록 자본 생산성이 노동 생산성을 앞서는 상황에서는 자본가가 더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 경우 수많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전문가들도 지금 당장 로봇세를 부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4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발표 자료에는 국내에서의 로봇세 도입은 시기 상조라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다만, AI 기술발전에 따라 노동시장 변화가 급격히 발생하는 시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당장 빌 게이츠를 비롯한 많은 기업가들은 로봇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빌 게이츠는 "기술을 통해 노동이 사라진다고 해서 돈을 벌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소득세 수준의 세금을 로봇 사용자에게 부과해야 한다" 주장한다.

이들이 강조하는 로봇세는 단순히 복지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는 결과적으로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고 소비의 감소는 생산을 둔화시킴에 따라 결과적으로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에게 악영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소비 절벽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는 노동 시장의 구조적 예측을 지적하며 지난 2016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을 강조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동화로 인해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도달하게 될 가능성이 꽤 높다"며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국 (기본소득 요구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진 교수도 "부의 재분배를 위해 (로봇세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노동 운동이 80년대에 머물러 있는데, 지속 가능한 노동을 위해서는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 오히려 노동계에서 로봇세나 기본소득을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하고 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소비를 위한 수입원이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 News1 DB

◇인간의 역할과 노동의 가치 재정립 필요…"그래도 사람은 쓸모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AI 발달에 따른 인간의 역할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우려한다.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명확한데도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항섭 사이버커뮤니이션학회장은 "AI와 인간의 공존이 앞으로 가장 핵심적인 내용임에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수면 위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다"며 "AI 기술 개발을 쫓아가는 데만 급급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효과나 산업적인 효과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학회장은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면 경제적인 활동도 위축되는데, AI 개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결과적으로 거대 기업들만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서둘러 사회학 혹은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AI의 역할을 규정하고 인간의 역할에 대한 제안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AI의 역할은 물론 노동의 정의와 가치, 인간의 역할에 대한 논의와 재정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생태학자 겸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 일거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일의 개념을 노동의 개념이 아니라 삶의 개념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라는 차원에서 직업의 정의를 새롭게 내릴 수 있다"며 "꼭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활용해서 (인간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해석과 더불어 문화와 여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한다. 즉, 노동과 직업의 조건을 반드시 생산 유발로 규정짓지 말자는 것은 물론, 인간의 존재 이유를 노동뿐 아니라 여가를 즐기고 소비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을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지 말자고 강조한다.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없이는 AI도 존재할 수 없는 만큼 AI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혜연·이정후 기자)

sanghw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