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스포츠의 근간 지키는 고려대 운동부의 2023년 목표와 다짐

최용석 기자 2023. 1.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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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 창단 100년 “보기만해도 떨던 상대, 위상 되찾을 것”
럭비부 “코리아리그 1·2차대회 V, 고연전 완승 기세 잇는다”
야구부 “수비가 강한 팀 목표…프로선수 최대한 많이 배출”
농구부 “지난해 대학리그 통합챔피언 영광 2023년에도 재연”
아이스하키부 “교환 학생에게도 기회…글로벌 팀으로 도약”
사학 명문 고려대는 프로 진출자들을 대거 배출하는 것 외에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학풍으로 대학스포츠의 근간을 지켜오고 있다. 럭비 이광문 감독, 농구 주희정 감독, 아이스하키 김성민 감독, 야구 길홍규 감독, 축구 신연호 감독(왼쪽부터)은 이구동성으로 “제자들이 학생이자 선수로서 본분을 다하고 고려대가 대학 강호의 위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신년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공 I 고려대학교
사학의 명문 고려대학교는 대학스포츠의 근간을 유지하는 한 축이다. 야구, 축구, 농구, 럭비, 아이스하키 등 주요 5개 종목뿐 아니라 개인종목 선수들까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고려대 운동부는 지난해에도 많은 성과를 이뤘고, 프로 등 성인무대로 진출하는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왔다. 2023년에도 한 걸음 더 전진하는 한 해를 만들기 위해 다시 땀을 흘릴 준비를 하고 있다. 동계훈련을 통해 밝은 새해를 만들어나가겠다는 포부다. 주요 5개 종목 사령탑들의 새해 포부를 들어봤다.

●옛 영광 재현 꿈꾸는 창단 100주년 축구부

고려대 축구부는 올해로 창단 100년을 맞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축구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연호 감독(59)은 옛 영광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고려대 유니폼만 봐도 벌벌 떨던 시절보다 위상이 좀 퇴색됐다고 느꼈다. 고려대 축구 본연의 위상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은 전통 깊은 대학스포츠의 라이벌전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정기전도 뜨거웠다. 고려대는 축구(0-1)와 럭비(57-24)에서 승패를 주고받았다. 야구(2-8)에선 패했지만, 농구(72-64)와 아이스하키(4-1)에서 이겨 종합전적 3승2패로 우승했다. 사진제공 | 고려대학교
전체적으로 대학축구가 하향평준화되는 상황이지만, 개인이 아닌 팀으로 뭉쳐 팀의 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전국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지난해 패했던 연세대와 정기전 패배의 설욕도 꿈꾼다. 신 감독은 “대학 지도자를 20년 넘게 하고 있는데 나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학생선수들은 미완성 단계다. 선수들이 더 이해하고, 깨우치고, 행동하게끔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선수들도 좀더 절실함을 갖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팀을 만들어나겠다”고 밝혔다.

●화려했던 지난해 같은 비상 꿈꾸는 럭비부

고려대 럭비부는 지난해 눈부신 결과를 얻었다. 코리아럭비리그 1·2차 대회 연속 우승에 이어 연세대와 정기전에서도 57-24 완승을 거두는 등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광문 감독(40)이 2018년 지휘봉을 잡은 뒤로 꾸준히 ‘시스템 럭비’를 도입해 전력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선수시절 엘리트코스를 밟았고, 일본에도 진출한 경험이 있는 이 감독은 자신의 시선을 한 단계 낮추고, 발전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 주목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은 전통 깊은 대학스포츠의 라이벌전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정기전도 뜨거웠다. 고려대는 축구(0-1)와 럭비(57-24)에서 승패를 주고받았다. 야구(2-8)에선 패했지만, 농구(72-64)와 아이스하키(4-1)에서 이겨 종합전적 3승2패로 우승했다. 사진제공 | 고려대학
럭비부의 2023년 목표는 지난해와 같은 성적이다. 하지만 사령탑 스스로도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시즌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방어적 부분에 좀더 집중했다면 올해는 공격적 부분에 좀더 초점을 두고 준비 중이다. 그래서 올해 팀의 슬로건도 ‘어그레시브(aggressive·공격적인)’로 정했다. 이 감독은 “시스템 속에서 잘 짜여진 각본대로 팀이 움직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반복훈련을 중시하고 있다. 좀더 욕심을 낸다면 럭비라는 종목이 비인기종목을 탈피했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유소년 팀도 찾아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비력 강화 통해 재도약 노리는 야구부

지난해 야구부 사령탑에 오른 길홍규 감독(58)은 가장 먼저 지난해 정기전 이야기를 꺼냈다. 정기전 5종목 중 가장 먼저 경기가 열리는 야구 종목. 그만큼 부담이 큰 무대에서 지난해 2-8로 패했다. 길 감독은 “지난해 정기전 이후 많은 질책도, 격려도 받았다. 실망하는 우리 선수들의 눈빛도 잊을 수 없다”고 곱씹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은 전통 깊은 대학스포츠의 라이벌전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정기전도 뜨거웠다. 고려대는 축구(0-1)와 럭비(57-24)에서 승패를 주고받았다. 야구(2-8)에선 패했지만, 농구(72-64)와 아이스하키(4-1)에서 이겨 종합전적 3승2패로 우승했다. 사진제공 | 고려대학
정기전 승부도 중요하지만, 대학 지도자로서 고교 졸업 후 프로행에 실패해 재도약을 꿈꾸는 선수들이 다시 프로에 도전할 길을 열어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제자들이 가능한 한 많이 프로팀의 지명을 받아 꿈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선수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긍정적 부분은 선수들 스스로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팀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길 감독은 이런 모습이 야구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길 감독은 “야구에서 어느 한 가지 요소만 강조할 순 없지만 수비가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 수비가 강해야 정상에 가까워진다. 겨우내 팀을 잘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2022년보다 더 나은 2023년 꿈꾸는 농구부

고려대 농구부는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냈다. 대학농구리그에서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했다. 정기전에서도 무난한 승리를 챙겼다.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무려 7년만이었다. 주희정 감독(46)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신뢰 덕분이 아닌가 싶다”며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우리도 매번 최선을 다하면 2022년의 영광을 2023년에도 재연하고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은 전통 깊은 대학스포츠의 라이벌전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정기전도 뜨거웠다. 고려대는 축구(0-1)와 럭비(57-24)에서 승패를 주고받았다. 야구(2-8)에선 패했지만, 농구(72-64)와 아이스하키(4-1)에서 이겨 종합전적 3승2패로 우승했다. 사진제공 | 고려대학
그러면서 주 감독은 학생선수들인 만큼 학교생활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운동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업에 충실하면서도 인성을 갖춘 선수로 성장하길 바랐다. 팀 전력으로는 수비적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호성적의 원동력도 수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 감독은 “여기는 학교고, 선수들은 학생이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대학에서 프로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도 잘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더 좋은 선수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육성’을 역설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향해 달려가는 아이스하키부

아이스하키부의 자랑은 선수들의 운동능력과 학업성적이다. 2022학년도 1학기 기준 전체 평점이 4.07에 달할 정도다. 학업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수준급 외국어능력을 갖추고 있어 해외전지훈련 때도 훈련이든 생활이든 아무런 지장이 없다. 물론 아이스하키 실력도 수준급이다. 이제는 고교 랭킹 상위권의 선수들이 고려대 입학을 선호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졌다는 게 김성민 감독(46)의 설명이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은 전통 깊은 대학스포츠의 라이벌전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정기전도 뜨거웠다. 고려대는 축구(0-1)와 럭비(57-24)에서 승패를 주고받았다. 야구(2-8)에선 패했지만, 농구(72-64)와 아이스하키(4-1)에서 이겨 종합전적 3승2패로 우승했다. 사진제공 | 고려대학
최근 아이스하키는 유소년 부분이 크게 개선되면서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선수들이 대거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런 기조를 유지해 대학에서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 감독은 “글로벌을 많이들 외치는데, 교환학생 등을 통해 많은 기회도 갖게 해줘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고 싶다”며 큰 그림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고려대 아이스하키부가 대학무대의 강호다운 면모를 유지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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