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의 시간’ 끝에 컵스로 향한 호스머, 명예회복 할까[슬로우볼]

안형준 2023. 1.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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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호스머가 컵스에서 다시 시작한다.

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1월 5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에릭 호스머가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월 23일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방출된 호스머는 이제 컵스에서 커리어를 이어간다.

컵스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선택이다. 금전적인 부담이 전혀 없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호스머는 2018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맺은 8년 1억4,400만 달러 계약이 아직 3년 남아있는 상황. 2023-2025시즌 3년 동안 매년 1,3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지만 이는 컵스의 부담이 아니다. 컵스는 최저연봉만 지급하고 호스머를 기용하면 된다.

1989년생 좌투좌타 1루수 호스머는 한 때 굉장한 스타였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지명됐고 유망주 시절 전체 TOP 10 평가까지 받았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3위에 올랐고 2017시즌까지 캔자스시티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했다.

캔자스시티에서 7년 동안 1,048경기에 출전해 .284/.342/.439 127홈런 566타점 60도루를 기록했고 두 차례 올스타 선정됐으며 4번의 골드글러브, 한 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2015년에는 캔자스시티의 30년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캔자스시티에서 거둔 성과에 힘입어 2018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와 거액의 FA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적 후 급격히 추락했다. 호스머는 샌디에이고에서 5시즌 동안 596경기 .265/.325/.411 69홈런 309타점을 기록했고 단축시즌(38G .287/.333/.517 9HR 36RBI)을 제외하면 한 번도 OPS 0.750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호스머에게 8년 계약을 안겼던 샌디에이고는 5번째 시즌만에 호스머를 사실상 '처분'했다.

호스머는 지난 여름 3:1 트레이드의 '3'에 포함돼 보스턴으로 이적했고 샌디에이고는 매년 1,250만 달러의 연봉을 지원하기로 했다. 호스머는 보스턴 이적 후 14경기에서 .244/.320/.311 4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결국 지난달 방출을 당했다. 대부분의 연봉을 샌디에이고에서 지원하는 만큼 호스머를 보유하는 것에 재정적인 부담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지만 보스턴은 통산 평균자책점 6.21의 불펜투수 와이엇 밀스를 영입하며 40인 로스터 자리 확보를 위해 호스머를 포기했다.

방출된 호스머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도 많지 않았다. 방출 후 호스머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알려진 구단은 컵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정도밖에 없었다. 지난여름 트레이드 거부권을 사용해 워싱턴 내셔널스 행을 거부했지만 사실상 트레이드부터 방출, 계약까지 모든 과정에서 '굴욕'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컵스의 1루는 블랙홀이었다. 지난해 컵스 1루수들이 합작한 성적은 .223/.288/.339 14홈런 65타점. 리그 전체 최하위권이었다. 알폰소 리바스(81G .235/.316/.303 3HR 23RBI), 프랭크 슈윈델(48G .213/.249/.333 5HR 19RBI), P.J. 히긴스(34G .191/.265/.326 3HR 10RBI)는 모두 1루에서 부진했고 이들 모두 전력에서 제외됐다. 슈윈델은 일본 무대로 향했고 리바스와 히긴스는 12월 말 DFA됐다.

앤서니 리조와 결별한 뒤 확실한 1루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컵스는 현재 유망주 맷 머비스를 기다리고 있다. 1998년생 우투좌타 머비스는 마이너리그에서 2시즌 동안 210경기에 출전해 .275/.355/.525 45홈런 163타점을 기록한 선수. 지난해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세 레벨을 모두 거치며 137경기 .309/.379/.606 36홈런 119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컵스는 빅리그 경험이 없는 머비스에게 곧바로 주전 자리를 맡기는 대신 경험이 풍부한 호스머를 우선 기용하는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대단한 것을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원래 장타력에 큰 강점이 없는 호스머는 최근 장타력이 더 떨어졌다. 최근 2년 동안 단 20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강점이었던 정교함도 최근 2시즌 연속 타율 0.270 미만에 그치며 무뎌진 상황. 골드글러브를 4차례나 수상했지만 정작 수비 지표가 뛰어나지는 않았던 호스머는 여전히 좋지 않은 수비 지표를 계속 기록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 생산성을 기록하는 타자기는 하지만 공수 어느 쪽에서도 매력적인 선수는 아니다. 최저연봉의 '가성비'가 아니라면 젊은 선수의 출전 기회를 뺏어가면서까지 33세의 호스머를 기용할 이유는 없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호스머는 타구속도와 여러 기대지표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스타로 다시 올라서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겠지만 대단한 동기부여가 되는 상황도 아니다. 아직 샌디에이고와 맺은 계약이 3년이나 남아있는 호스머는 36세가 될 때까지 연봉이 보장돼있다. 당장 FA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컵스 역시 당장 성적을 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돈, 성적보다는 이제 '명예'의 문제다. 끝없는 '굴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호스머가 과연 다시 입은 파란 유니폼과 함께 부활을 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에릭 호스머)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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