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계속된 거짓 해명에도 승리 이끈 '배구여제와 디그여왕'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우리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속담을 알고 있다. 초등학교 국어책에 나오는 속담으로 그 뜻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아랫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윗사람인 만큼 윗사람이 바른 행동을 해야 아랫사람도 바르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비단 사람이 아닌 조직에서도 통한다.
프로구단에서 윗물이라 함은 구단주나 단장을 말할 수 있다. 이런 윗 사람들이 정직해야 선수단 내 청렴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사태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지난 2일 흥국생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흥국생명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사퇴를 발표했다. 정말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사실상 경질이었다.
사퇴 이유는 더 어처구니없었다. 임현준 구단주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우승이 아닌 다른 것이었나. 도대체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의 감독을 경질한 것일까.
지난 시즌 6위를 기록했던 팀을 리그 2위로 올려놓고 1위 현대건설을 승점 3점 차로 바짝 추격하던 흥국생명이었다. 그렇다고 선수단 내 불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복귀한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며 단단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가다 3-2로 짜릿하게 승리하는 '리버스 스윕'도 여러 번 보여준 팀이었다.
권순찬 전 감독은 사퇴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단에서 선수 기용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내가 듣질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서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은 권순찬 전 감독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선수 기용이 아니라 경기 운영에 대해 감독과 단장의 갈등이 있었다"라며 "로테이션에 있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 단장의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연경과 김해란은 김여일 전 단장이 선수 기용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김해란은 '선수 기용을 놓고 지시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말하며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이로 인해 마음이 상한 선수도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라고 말했다. 김연경도 "선수 기용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올시즌 구단이 원하는 대로 경기하다가 지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계속된 거짓말로 윗선의 말을 잘 듣는 감독을 원한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고 있다. 김연경도 이 사실을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 구단에서 원하는 감독님, 말을 잘 듣는 감독님을 선호하고 있다는 거랑 다름없다"라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구단의 계속된 거짓 해명 속에서 김연경과 김해란은 동요하는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을 이끌고 세트스코어 3-2(21-25 25-19 25-18 21-25 15-10) 승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경기 후 확실히 말했다. "과연 이런 팀이 또 있을까 싶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부끄럽다"라며 구단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배구장을 찾은 팬들의 손에는 '행복배구',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배구 팬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팀에서 일어나는 사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흥국생명 구단의 계속된 거짓 해명에도 동요하는 후배들을 이끌고 팀 승리를 이끈 김연경과 김해란.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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