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수상한 찰칵의 시대”에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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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전제된다.
그의 고통은 본질적으로 대상(피사체)에 의존적인 사진의 특성에서 촉발된 것인데, 그가 주로 선택한 대상, 피사체는 광주 5·18항쟁 묘역이었고, 세월호 가족들 곁이었으며, 물대포 속 노동자들로 채워진 아스팔트이거나 평택 대추리 농부들의 함성이 터져 나온 논바닥 등이었다.
2012년 당시 '리얼 DMZ' 프로젝트 참여차 방문한 철원에서 구 기자를 만났고, 구부정한 자세로 사진 찍기에 매달린 그를 자신의 프레임 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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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눈
노순택 글·사진 l 한밤의빛 l 2만1000원
사진에는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전제된다. 찍는 행위를 하는 ‘나’, 기계적 장치(고급 디에스아르 카메라든 스마트폰이든), 그리고 피사체. 셔터가 눌리는 순간, 이 세 가지는 서로를 옥죄기도, 구애하기도 하면서 ‘관계 맺기’를 한다. 하루에도 수천, 수억장의 사진이 에스엔에스에 오르는 요즘 같은 이미지 전성시대에 굳이 ‘관계 맺기’라는 다소 추상적인 언어를 갖다 붙인 것은 사진가 노순택의 사진론에 담긴 함의가 간단치 않아서다.
“스무살 넘어서부터 쉰살이 넘기까지” “길 위의 현장”에서 카메라를 든 노순택은 처음 낸 사진철학서 <말하는 눈>에서 “내게 ‘모습’을 허락한 이들에 대한 책무”, “판단이 배제된 사진은 성립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사진 작업 과정에 개입된 불공정함, 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감추는 “사진의 이중성” 등을 회고하고 사유하고 성찰하면서 고통스러웠던 ‘관계 맺기’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의 고통은 본질적으로 대상(피사체)에 의존적인 사진의 특성에서 촉발된 것인데, 그가 주로 선택한 대상, 피사체는 광주 5·18항쟁 묘역이었고, 세월호 가족들 곁이었으며, 물대포 속 노동자들로 채워진 아스팔트이거나 평택 대추리 농부들의 함성이 터져 나온 논바닥 등이었다. 죽음이 머물렀던 현장들이다. 그가 안산 단원고 아이들의 빈방을 기록하고 돌아온 2014년 겨울 길가에 차를 세우고 운 일과 무관하지 않다.
그해 11월 고인이 된 <한겨레> 구본준 기자와의 인연도 빼곡히 적은 그다. 2012년 당시 ‘리얼 DMZ’ 프로젝트 참여차 방문한 철원에서 구 기자를 만났고, 구부정한 자세로 사진 찍기에 매달린 그를 자신의 프레임 안에 넣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걸렸던 그 사진은 구 기자의 비보가 알려진 12일 작업실로 돌아왔다. 이토록 피사체와 노순택 작가와의 ‘관계 맺기’는 극적인 고통을 내포하고 있다. “고통의 장면이야말로 우리의 시선을 붙들고 만다는 걸 아프게 환기”하는 탓에 그는 카메라를 놓을 수 없다. 타인의 불편함을 수반한대도 말이다.
사진 찍는 횟수가 “밥숟가락을 뜨는 횟수”보다 많은 시대다. 그렇기에 그의 사진철학은 더욱 유용하다. 생각이 빠진 이미지는 자본과 권력의 사악한 의도에 속절없이 휘둘리기 십상이다. 그가 여는 글 말미에 쓴 문장은 울림이 크다. “내 사진과 글이 나와 남을 다소 불편케 하기를, 그 불편함이 생각의 부채질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간절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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