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학교도서관에 납품하면 손해 보는 지역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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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지만 책 생태계는 녹록지 않다.
학교에 따라서는 심한 경우 10원부터 많아야 550원 정도까지 책정해 서점 입장에서는 도서 1권당 500원 이상 손해가 난다는 것이 서점인들의 호소다.
학교도서관은 도서 구입비와는 별도로 적정한 마크 구축비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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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지만 책 생태계는 녹록지 않다. 올해 지자체들은 도서 구입 예산을 지난해보다 더 축소 편성했다. 지자체의 도서관 예산이 감축되면서, 서울도서관을 비롯한 대다수 도서관에서는 도서 구입비부터 줄였다고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약한 것부터 희생양이 된다. 도서 구입비가 그런 처지다. 도서 구입비 감소는 시민이 볼 수 있는 신간 도서의 총량 축소로 이어져 이용자 감소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 스스로의 목을 죄는 악순환의 고리다.
성남시는 19살 성인이 된 청년에게 지급하던 ‘첫출발 책드림’ 지역상품권(2만원권) 보급 사업을 없앴다. 이에 질세라 고양시도 지난 2년간 초중고생 전원에게 배포해 호평이던 도서교환권 배포 사업 ‘친구야 책방 가자’를 없앴다. 다른 지자체들의 부러움을 사던 이 사업들은 미래 세대에게 지자체가 주는 응원의 책 선물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특히 이들 사업에서 시민의 책 구입은 지역 서점에서 하도록 했기에 동네책방에 주는 영향이 크다. 대전광역시에서는 지역 화폐 ‘온통대전’에서 제공하던 캐시백(할인) 혜택을 새해부터 중단해 시민과 지역 서점의 원성이 높다. 지난해 지방선거로 바뀐 지자체장들의 행보가 안타깝다.
책 생태계의 약한 고리이자 모세혈관인 지역 서점의 어려움은 많다. 학교도서관 납품 문제도 심각하다. 서점에서 학교도서관에 책을 납품할 때 정보 관리를 위한 도서 정보 데이터(MARC, 마크) 구축 용역을 함께 제공하는데,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보다 훨씬 낮은 용역비를 책정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마크 구축 대가 산정 가이드’는 1권당 1천원 정도가 적정 비용이라고 안내하지만, 이를 지키는 학교도서관은 거의 없다. 학교에 따라서는 심한 경우 10원부터 많아야 550원 정도까지 책정해 서점 입장에서는 도서 1권당 500원 이상 손해가 난다는 것이 서점인들의 호소다. 학교도서관은 도서 구입비와는 별도로 적정한 마크 구축비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경기도의회의 2021년 경기도교육청 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초중고의 1권당 평균 마크 비용은 237원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기준의 4분의 1 수준이다. 서울시 초중고에서는 마크 비용을 아예 책정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니 소중한 납품 기회를 포기하는 서점조차 등장하고 있다. 학교에서 지역 서점을 위해 납품 우선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날 납품을 요구하는 것은 갑질 행정에 다름아니다. 예산 부족을 들먹이며 납품 서점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교육청과 학교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기준 가격을 지켜야 한다.
지난해 2월부터 도서정가제 규정이 개정되어, 공공도서관의 책 구입에서는 10% 가격 할인 이외 5%의 경제상 이익(적립 등 간접할인) 제공은 사라졌다. 반면, 학교도서관에는 5% 간접할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간접할인 분을 책이 아닌 도서상품권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들조차 5% 간접할인을 당연한 권리처럼 챙긴다. 학교도서관에 대한 5% 간접할인이라는 특혜도 문제이지만, 새해에는 정부 기준조차 지키지 않는 학교도서관의 마크 구축비부터 개선되기를 바란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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