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하고 싶은 일을 좇다가 차린, 두 권만 파는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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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없었다.
'이책저책'에서는 오직 두 권의 책만을 판다.
두 종의 책이지만,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해서 두 권이라는 표현을 썼다.
두 권의 책은 읽고 좋았던 책 중에서 특정 주제에 맞추어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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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없었다. 책이 좋아서 책방을 차렸다는 사실이. 사람들은 좋아서 하는 일에는 돈이 상관없을 거라고 착각한다. 돈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돈을 벌지 못하면 유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돈에만 쫓겨 타협만 한다면 그것도 문제겠지만.
‘이책저책’에서는 오직 두 권의 책만을 판다. 두 종의 책이지만,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해서 두 권이라는 표현을 썼다. 두 권만 팔다 보니까 손님들이 응원에 앞서 걱정을 해준다. 그럴 때마다 같은 대답으로 걱정을 물리친다. “곧, 잘 벌게 될 겁니다!” ‘곧’의 기간이 지연되고 있지만, 그 기간이 나를 업그레이드해준다고 믿는다.
책은 읽는 순간이 즐거운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책은 새로운 꿈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책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책을 통해 다른 것에 빠지길’….
군대에서 처음 책을 읽게 되면서 다양한 꿈을 가졌다. 투자 관련 책을 읽으면서 ‘파이어’(경제적 자립+조기 은퇴)족을 목표로 블로그를 운영했다. 같은 중대 동기, 선·후임, 심지어 간부에게도 주식 투자에 대해 알려주었다. 내가 상대보다 조금 잘하는 거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인 비즈니스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운영했고, 투자에 관한 피디에프(PDF) 책을 만들어서 ‘크몽’(외주 플랫폼)에다가 팔았다. 한 부밖에 안 팔렸지만 내가 만든 책을 팔아보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간부 중 한 명에게 50만원을 투자받아서 굴려보기도 했다.
또, 시인이 되고 싶어서 틈만 나면 시를 썼으며, 짧은 소설을 써서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했다.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 시간이 즐거웠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꿈을 가지고,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그러고 보니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대체로 재미있는 시간이었지만 큰 성과가 없어서 좌절했다. 좌절의 순간에 눈물을 흘린 직후에도 책을 읽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 책방을 차리자. 그 후 한 달, 이책저책을 열었다.
돈이 없었기에 대출을 받아서 보증금을 내고, 모든 것을 스스로 했다. 그게 좋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간판이 비싸서 페인트로 직접 썼다. 가운데로 맞추자는 생각에 첫 글자를 가운데에 써서 한쪽으로 기운 간판이 되었다. 유튜브에 특이한 페인트를 검색해서 스펀지로 벽돌 무늬를 냈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나무 바닥을 만들고 싶어서, 우드 칩을 대량으로 사서 바닥에 부었다. 그리고 그 당시 뮤지션 이찬혁이 광화문에서 하는 쇼를 보고 감명받아서 소파를 들였다.
두 권만 파는 콘셉트는 일본의 한 권만 파는 서점, 모리오카 서점에서 영감을 얻었다. 서점을 방문하면 한 권을 사게 된다는 사실에 착안한 콘셉트였다. 서울에는 한 권만 파는 서점인 ‘한권의 서점’이 있다. 그래서 부산에서 두 권만 파는 서점을 열자고 결정했다. 두 권의 책은 읽고 좋았던 책 중에서 특정 주제에 맞추어 고른다. 그리고 책과 관련된 전시를 연다. 처음에는 작가와 협업하려고 했는데, 그냥 내가 작가가 되기로 했다. 다음 책은 기존 책이 다 팔려야 들어온다. 책이 바뀌어야 다시 같은 손님을 만날 수 있으니 많이 사주시길 바랍니다. 단골손님이 해준 말이 있다. 가장 좋은 손님은 책을 사는 손님이라고.
‘과정까지도 재미있는 일을 하자’가 내 모토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들을 더 많이 하고, 나누고 싶다. 두 권의 콘셉트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더 재미있는 게 있다면 바로 바꿀 수도 있다. 변함없는 것은 좋은 책들을 내밀 거라는 사실입니다.
부산/글·사진 이태형 이책저책 책방지기
이책저책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47번길 40
www.instagram.com/thisbookthatbook.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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