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동물과의 사랑과 섹스에서 배울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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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금기들로 둘러싸인 '섹슈얼리티'의 문제들 가운데에서도 동물성애(zoophile)는 아마도 가장 문제적인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동물성애로부터 폭력과 지배가 없는 섹스와 사랑 그리고 대등한 관계의 실마리를 찾아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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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聖)스러운 동물성애자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하마노 지히로 지음, 최재혁 옮김 l 연립서가 l 2만원
갖가지 금기들로 둘러싸인 ‘섹슈얼리티’의 문제들 가운데에서도 동물성애(zoophile)는 아마도 가장 문제적인 문제일 것이다. ‘다른 종끼리의 섹스는 불가능하다’는 확고한 고정관념 아래 대다수 사람들은 동물성애를 ‘비정상’이라 본다. 일부는 ‘동물에 대한 성적 학대’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누군가 ‘동물성애로부터 폭력과 지배가 없는 섹스와 사랑 그리고 대등한 관계의 실마리를 찾아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는 문화인류학 박사 과정에 있는 일본의 논픽션 작가가 쓴 문제작이다. 젊은 시절 10년 넘게 파트너의 폭력·성폭력에 시달렸던 지은이 하마노 지히로(46)는 섹슈얼리티 연구에 매진하다 동물성애에 관심을 갖게 됐고, 몇 년에 걸쳐 독일의 동물성애자 단체 ‘제타’ 회원들을 만나고 연구했다. 심한 성적 학대를 일삼거나 폭력적인 성욕을 동물에게 발산하는 사람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은, 정확히 정반대의 모습에 산산이 깨졌다.
동물성애자들은 특정 동물(대개는 개, 일부는 말)이 자신에게 드러내는 ‘퍼스낼리티’에 이끌려 사랑에 빠졌고, 늘 파트너의 마음을 읽어내려 애쓰고 섹스에서도 파트너의 욕망을 우선으로 삼는 등 집요할 정도로 대등한 관계를 추구했다. 자신의 성기를 삽입하는 입장(‘액티브’)보다 상대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입장(‘패시브’)이 많은 것, 섹스 자체에 매달리거나 집착하지 않는 것 등도 ‘대등성’을 중시하는 이런 근원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우리가 손쉽게 ‘정상’이라 여기고 받아들이는 사랑과 섹스의 심연에 똬리 틀고 있는 폭력과 지배의 실체를 깨닫고 되돌아보게 해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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