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 밥그릇은 중국인 손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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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의 식량안보가 위협받는 이때 주목할 만한 선진 사례가 있다.
최근 중국은 연일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중국 밥그릇은 중국인 손안에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농업기술 발전, 특히 종자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중앙지도부는 "종자산업은 식량망의 약한 고리"라고 밝힌 바 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4월 지방시찰 중 윈난성의 종자연구소를 찾아 "종자가 식량안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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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의 식량안보가 위협받는 이때 주목할 만한 선진 사례가 있다. 바로 이웃나라 중국 얘기다.
최근 중국은 연일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중국 밥그릇은 중국인 손안에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농업기술 발전, 특히 종자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질적·양적 성과도 이미 대단하다.
먼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자국에서 부족하다고 여겨지던 주요 농업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중국의 국영기업인 중국화공집단공사는 2016년 2월 세계 3위 종자기업이자 세계 최고의 농산업기업 중 하나인 스위스의 신젠타를 인수·합병했다. 소수의 다국적기업이 시장을 과점하는 세계 종자산업의 현황을 보면 이 거래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바이엘·코르테바·신젠타 등 3대 종자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020년 기준 46%에 달하니 말이다. 심지어 넓은 대륙에서 나오는 유전자원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중국 종자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중국 자체의 기술 개발 성과도 대단하다. 과일나무처럼 한번 심으면 벼를 수년간 수확할 수 있는 다년생 벼를 개발해 식량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벼농사 노동 투입량 8할이 이앙이란 점을 고려해볼 때 매년 노동력이나 비료·살충제 투입 비용 절감의 시너지 효과는 막대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다년생 작물은 뿌리를 깊게 내려 토양 유실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토양의 질소 및 탄소 축적을 증가시키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런 기초체력 덕분인지 중국은 이상기후와 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식량 생산 목표량을 초과 달성했다. 60여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과 함께 극심한 홍수에 동시다발로 시달렸으나 목표치를 3000만t이나 웃도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성취에도 중국은 여전히 식량위기를 말한다. 중국 중앙지도부는 “종자산업은 식량망의 약한 고리”라고 밝힌 바 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4월 지방시찰 중 윈난성의 종자연구소를 찾아 “종자가 식량안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은 12월 중앙농촌작업회의에 참석해 최신 생명공학 신기술을 도입하고 학제간 교류를 활성화하라고 주문한 것은 물론이다.
반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혹시 ‘케이(K)-딸기’의 설익은 성공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지 않는가. 이웃의 누군가는 제 손으로 지어올린 풍족한 밥그릇을 움켜쥐는 동안 종자주권 약소국인 우리나라의 국민은 텅 빈 밥그릇만 쳐다볼 노릇인 지금 말이다.
이연경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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