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매달 쌀에 1만4000원, 커피엔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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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1% 상승했지만 12월 산지 쌀값은 정부의 시장격리 확대에도 80㎏ 한가마당 18만6000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10.7% 하락했다.
농민들은 밥 한공기 쌀값이 커피 한잔 값도 안된다며 정부가 쌀 가격 지지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나타낸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쌀의 CPI 가중치가 커피보다 크다.
이제 쌀값이 커피 한잔값도 안된다고 불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매년 시장이 커가는 커피산업에서 쌀 소비의 힌트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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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1% 상승했지만 12월 산지 쌀값은 정부의 시장격리 확대에도 80㎏ 한가마당 18만6000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10.7% 하락했다. 농민들은 밥 한공기 쌀값이 커피 한잔 값도 안된다며 정부가 쌀 가격 지지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나타낸다.
실제 쌀은 전체 CPI 조사 품목 458개 중 하나에 불과하고,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CPI 가중치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 78개 농축수산물 조사 품목 중 쌀의 가중치는 전체의 0.55%로 쇠고기(1.23%)·돼지고기(1.06%)보다 낮다.
쌀은 1980년 전체 CPI 조사 품목 중 가중치가 가장 컸다. 전체의 13%(나라미 포함)를 차지했다. 그러나 소비 감소로 40년간 가중치가 24분의 1로 축소됐다. 가정에서 매달 250만원씩 지출할 때 40년 전에는 쌀을 구입하는 데 32만5000원을 썼다면 지금은 1만4000원만 쓴다.
반대로 커피 가중치는 40년간 4.3배 증가했다. 1980년엔 0.23%로 쌀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0년엔 1.0%(외식커피 0.72%, 가공커피 0.28%)로 증가해 쌀의 두배가 됐다. 즉 가정에서 매월 쌀을 사는 데 약 1만4000원(하루 460원)을 지출하고, 커피 마시는 데는 약 2만5000원(하루 830원)을 쓴다는 의미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쌀의 CPI 가중치가 커피보다 크다. 일본의 2020년 기준 쌀의 가중치는 0.62%인 반면 커피 가중치는 0.55%(외식커피 0.21%, 가공커피 0.34%)다. 일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51㎏)이 한국(57㎏)보다 적지만 쌀값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비싸 쌀 사는 데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커피보다 가정에서 차(茶) 소비가 많은 점도 이유다.
CPI 가중치 개편(2022년 가계지출 기준)은 올해말 발표될 예정이다. 쌀의 가중치는 더욱 줄고, 커피의 가중치는 더욱 커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난해 쌀 가격이 크게 하락해 쌀 구입을 위한 가계지출은 감소했다. 반면 2022년 커피류 수입액은 전년보다 40%나 증가한 14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제 쌀값이 커피 한잔값도 안된다고 불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매년 시장이 커가는 커피산업에서 쌀 소비의 힌트를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커피 소비의 폭발적인 증가는 식사 대신 먹을 수 있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 그리고 카페에서 분위기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쌀 소비를 확대하려면 쌀을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며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느끼면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다양한 쌀 간편식을 개발해 소비를 늘려야 한다. 한국의 CPI 조사에 포함된 쌀 간편식은 즉석식품·도시락·삼각김밥·떡 등 4개 품목(가중치 0.6%)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초밥 도시락, 일반 도시락, 라이스 볼·케이크, 즉석밥 등 8개 품목(가중치 1.28%)에 달한다. 일본이 한국보다 쌀 간편식을 구입하는 데 지출하는 비중이 2배 정도 큰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최대 관심사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쌀 식품이 아니라면 소비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농촌진흥청이 20여년 전 다이어트 쌀 품종을 개발해 큰 기대를 했지만 소비가 생각만큼 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건강에 좋다고 아침밥을 거르지 말라고 오랫동안 홍보해왔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으려면 쌀의 다이어트 효과에 더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야만 한다. 카페나 편의점에서도 우리쌀로 만든 식품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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