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는 시가 흐르고 안개는 슬픔을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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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춘천의 삶은 내내 슬픈 내상과 외상을 입한다" 두 집 건너 시인이 사는 동네, 춘천에는 시인이 많이 산다.
금시아 시인의 '안개는 사람을 닮았다'는 춘천에 관한 시 30편에 해설을 덧붙인 시평집이다.
40여 년 전 춘천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기억에 대해 시인은 "알지도 못한 심우도를 찾아가는 미로처럼 안개가 자욱했다"고 회고한다.
시인의 마지막 발걸음은 결국 물의 근원이자 춘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청평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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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권준호·박정대·최준 등
춘천 관련 시 30편 수록·해설
“시인에게 춘천의 삶은 내내 슬픈 내상과 외상을 입한다”
두 집 건너 시인이 사는 동네, 춘천에는 시인이 많이 산다. 닭갈비집, 막걸리, 카페, 골목, 할인마트까지 시인의 발걸음이 머무른다. 춘천 시(恃)는 춘천시(市)로 흘러간다. 호수는 짙은 안개를 만들어 내고, 안개는 사람을 감싸안는다. 시인에게 춘천은 포근하고 은은하고 때로는 아픈 곳이다.
금시아 시인의 ‘안개는 사람을 닮았다’는 춘천에 관한 시 30편에 해설을 덧붙인 시평집이다. 허문영, 박남철, 신동호, 안현미, 이영춘, 이외수, 이장욱, 박정대, 최준 등 지역과 중앙을 아우르는 시인들의 작품을 계절의 순환성 위에 올려두고 세심하게 읽어낸다.
작가의 말에서 금 시인은 “호수의 내막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척박하고 절실한 상처들이 찰랑거린다”며 “주옥같은 춘천시를 발굴, 소개하는 일은 돈을 치르고도 살 수 없는 행운이자 영광이자 행복한 기록여행이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시평집은 춘천에 대한 애정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과장된 찬가와도 거리가 멀다. 남춘천역 풍물시장부터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은 우울과 외로움이 함께한다. 젊은 시절의 기차역을 지나 고독이 안개 속에 갇혀 있는 공간이다. 40여 년 전 춘천에 처음으로 방문했던 기억에 대해 시인은 “알지도 못한 심우도를 찾아가는 미로처럼 안개가 자욱했다”고 회고한다. 물론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로 대표되는 유안진의 감성 또한 놓치지 않는다.
고향 춘천 땅에 묻힌 이승훈 시인은 시 ‘춘천을 생각하며’에서 “춘천은 내 고향 그러나 한 번도 따뜻하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속물이 다 된” 시인은 “개인 문제를 이런 자리에서 말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도 표현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고향에 대한 상실감은 병적으로 현실에서 도피하게 되어 안개처럼 아련한 환상과 몽상의 세계로 숨어들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권준호 시인의 ‘춘천같이 슬픈’에서는 시인 진이정, 조각가 박희선, 소설가 권도옥 등 지독히도 외롭게 아파하다가 서둘러 세상을 떠난 젊은 천재 예술가들의 죽음을 슬퍼한다. 저자는 이 시에 대해 “아픈 시간들이 선지처럼 뭉뚱그려져 있다”고 평한다.
박정대 시인은 ‘네가 봄이런가-김유정에게’에서 시인은 “봄 속에서 돋아나는 또 다른 봄을 보고 있다”며 춘천을 추억하고, 이장욱 시인은 “춘천에서 나는 죽어가는 시절의 고독을” 떠올린다. 박기동 시인은 “봄내에서 한 십 년 살다보면/물에서 나는 냄새를 거부할 수가 없다”고 까지 고백한다. 춘천은 새로운 기대를 꿈꾸게 만드는 안락하면서도 고독한 공간으로 읽힌다.
시인의 마지막 발걸음은 결국 물의 근원이자 춘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청평사로 향한다. 청평사 회전문을 통과할 때마다 춘천과 자신의 본성을 깨우치는 셈이다. 춘천, 춘천이니까.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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