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처럼… 등단 60년 소설가가 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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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한 단면을 잘라내듯 단편문학의 정수를 펼쳐 온 전상국(사진) 소설가가 새해 등단 60주년을 맞았다.
최근 발표한 단편 '조롱골 우리집 여인들'을 포함해 그간 써온 글들을 모아 올해 단편집을 낼 계획이다.
'조롱골 우리집 여자들'은 '청량리 오팔팔'에 살던 여성들이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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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9월호에 단편 발표
고향 홍천 가상 공동체 그려
“ㅎㅎㅎㅎㅎㅎ 느티나무가 운다. 느낌도 생각도 없다. 머릿속이 하얗게 빈다”
나무의 한 단면을 잘라내듯 단편문학의 정수를 펼쳐 온 전상국(사진) 소설가가 새해 등단 60주년을 맞았다. 최근 발표한 단편 ‘조롱골 우리집 여인들’을 포함해 그간 써온 글들을 모아 올해 단편집을 낼 계획이다.
‘조롱골 우리집 여자들’은 ‘청량리 오팔팔’에 살던 여성들이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한국소설 9월호에 실린 소설의 배경은 작가의 고향 홍천 내촌면 조롱골이다.
‘정 언니’라는 70세 노인은 홍등가에서 늙어 오갈 데 없게 된 여성들을 모아 조롱골에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간다.
어느 날 이곳을 방문한 작가 ‘유선달’은 조롱골 여성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는지 ‘산간벽지 조롱골에 숨어사는 여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다. 조롱골이 신종 성매매 장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자극적 내용이었다.
유선달은 ‘정 언니’에게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연발하지만 은근한 협박도 일삼는다. 특히 조롱골에 사는 ‘로즈박’의 망상을 이용해 이곳을 배경으로 필생의 역작을 쓰겠다는 욕망을 표출한다. 힘 없는 조롱골 사람들은 애초에 역작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저 이곳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었다. 이승하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에 대해 “등단 60년이 다 된 원로작가가 이렇게 젊은 소설을 썼다는 것이 놀랍다”며 “치밀한 구성, 인물의 형상화, 문장의 유려함 등 단편소설의 모든 덕목을 갖췄다”고 평했다.
전상국 소설가는 지난 해 여름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아픈 팔을 부여잡고 소설을 썼다.
최근 춘천 문학의 뜰에서 만난 전 소설가는 “예전같은 신명이 나지 않아 소설을 쓰는 것이 힘들었다”며 “아마도 내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신명이 다 빠져나간 상태에서 쓴 소설, 하지만 오래된 나무와 같은 작가의 힘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집 안에 있던 남은 식구들까지 모두 뛰쳐나와 조롱골을 빠져나가는 SUV 검은 차량에 퉤에 퉤, 침을 뱉는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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