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줄타기 외교는 탁상공론…'일맹삼호' 전략이 해법"[인터뷰]

강윤주 2023. 1. 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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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이후 최장수 주미대사 안호영 전 대사 인터뷰 
"규범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질서, 한국 있게 한 토대" 
"G2 패권 경쟁 속 전략적 모호성 미중 모두 신뢰 잃어"
"바이든, 북핵 문제 관심... 韓 끈질기게 대화 제의해야"
편집자주
2023년 한미동맹이 70년을 맞았다. 전후방 주한미군기지 현장 르포, 전술핵 재배치 찬반 대담, 전문가 인터뷰, 70년의 역사적 장면 등 다각적 조망을 통해 동맹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본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미국이냐, 중국이냐. 신냉전이라 불리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 한동안 한국 외교의 방향타로 전략적 모호성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안호영 전 주미대사의 생각은 다르다. 한미동맹을 기초로 중국 러시아 일본과는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일맹삼호'(1개의 동맹, 3개의 우호국가) 전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줄타기 외교로는 미중 양쪽의 신뢰를 다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 전 대사는 "한미동맹 없이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웠다"며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심각한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흔들림 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라"는 조언이다. 외교통상부 1차관에 이어 2013~2017년 4년 5개월 간 주미대사를 지낸 그를 만나 한미동맹의 미래를 전망하고 바람직한 전략적 방향을 들어봤다.

지난해 5월 21일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미동맹 70주년이다. 지난해 한미 정상은 '포괄적 전략 동맹'을 선언하며 한미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 '규범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란 표현이 최소 7번 나온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의 지배를 포괄하는 의미로, 대한민국이 단시간에 경제정치 발전을 이루고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토대다. 하지만 지금 그 핵심 가치가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제한 협력'을 공언하며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의 의미를 절실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포괄적 한미동맹 선언은 매우 긴요한 일이다."

지난해 6월 29일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마드리드=뉴시스

-북한의 전방위 도발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악화일로다. 조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소극적이란 평가도 있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시즌2 아니냐는 말이 들리던데 그렇지 않을 거라 본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외교 탈피를 선언했다. 'America is back'은 동맹을 더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군사력 대국이 밀집해 있는 동북아 지역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미국의 대북 기조 투 트랙(외교와 확장억제) 전략을 지금보다는 더 강화해야 한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핵 공유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고, 한국도 끈질기게 북한에 대화를 제의해야 한다. 북한 경제가 심상치 않고 사회적 동요 조짐도 엿보인다. 결국은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고 나올 것으로 본다. 북한이 고집스러운 만큼, 우리도 고집스럽게 원칙을 밀고 가야 한다."

-미국은 한미일 3국 협력에 적극적이다. 우리의 대응은 어때야 하나.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 문제는 고도의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독도,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용 등 역사 문제에 있어선 단호히 대응하되, 경제 안보 분야는 협력해야 한다. 우리 국익을 위해서다. 과거사 대응에 있어 일본은 한국에 '국제법을 어기는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고 비난하는데 이는 미국 들으라고 하는 얘기다. 우리 역시 미국 여론을 유리하게 움직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뉴스1

-미중 패권 경쟁 심화로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혹자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말하는데 탁상공론이다. 그렇게 해서는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의 신뢰를 잃게 된다. 반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우호 관계는 중요하지만, 이 역시 한미 동맹 기초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일맹삼호' 전략이다. 처음에는 중국이 섭섭할 순 있겠지만, 갈지자 행보가 오히려 신뢰를 떨어트린다. 전략적 확실성을 밝히는 것이 대중국 협상력을 키우는 길이다."

-바람직한 한미동맹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북핵 위협이 고도화하면서 '미국이 서울을 구하기 위해 뉴욕을 포기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한국이 미국에 버림받을 것을 걱정하는 우려다. 동맹 이론에는 방기(Abandonment)와 속박(Entrapment)이 있다. 방기의 위협이 커질수록, 더욱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공짜 점심을 먹겠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특히 경제와 문화, 초격차를 유지하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매력을 키우는 노력이 중요하다. 매력이 큰 동맹국을 방기할 나라는 없다."

글 싣는 순서
<1> '진보=반미, 보수=친미' 이분법 깨졌다
<2> 세대 이념별 대미 인식
<3> 동맹의 현주소
<4> 동맹의 그늘과 도전
<5> 전문가가 보는 한미동맹의 미래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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