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혐오 대신 협력을 택했다 [Weekend Book]
진화과정을 통해 발견한 '희망의 청사진'
그리고 편견·차별을 바꾸는 '대담한 시도'
두 책의 메시지는 결국 인류에 대한 기대
이런 세상에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이 인기를 끈 건 어떤 이유일까. 희망 고문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블루프린트'(부키 펴냄)와 '편향의 종말'(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이런 질문에 답을 주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동시에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해 타자를 배척하기도 한다. 먼 역사에서 찾을 필요도 없이, 르완다 내전이나 캄보디아 킬링필드에서 자행된 대학살은 다정함보다는 폭력성을 증명하는 사례다. 전반적으로 인류는 서로를 돕지만 특정한 조건이 형성되면 타자를 향한 혐오가 폭발하기도 한다.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가 쓴 '블루프린트'부터 살펴보자. 이 책은 생물학, 뇌과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밝혀낸 사실과 역사적 사건을 검토하며 인류 진화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현생 인류에 내재된 8가지 사회성 모둠이 책의 주제다. 8가지는 개인 정체성, 짝과 결합하고자 하는 욕망, 우정, 사회 연결망, 협력, 내집단 편애, 온건한 계층 구조, 학습과 교육이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라고 한 묵적의 겸애 사상에서부터 소유를 없애고자 했던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이러한 인류의 본성과 배치돼 실패했다. 지금도 공동 육아, 공동 생산, 공동 소유를 추구하는 여러 공동체가 있는데 이 책에서 검토하듯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유토피아를 만드려는 공동체 운동과 함께 '블루프린트'에서 검토하는 흥미로운 사례는 항해 중 난파해 무인도에서 생존해야 했던 집단이다. 어떤 집단은 절멸했고 어떤 집단은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집단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생존한 집단은 상호 신뢰 하에 이타심을 발휘했다. 이타심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집단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의 존재였다. 생존을 위해서는 권력, 어느 정도의 불평등, 계급, 분업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만 본다면 '블루프린트'는 자칫 정치적 보수주의를 옹호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렇지는 않다. 특히 젠더 측면에서 일부일처제와 중혼제를 두루 검토하며 사회적 모둠이 발현되는 모습은 다양하다고 말한다.
다만 8가지 사회성 모둠 중에 내집단 편애는 쉽사리 타집단 배제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편향의 종말'에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사회생활 초반, 자신의 본명 대신 남자 이름으로 투고했을 때 아이디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사회 전반의 남성 우위 편향을 증명하는 사례다. 이러한 편향은 임금, 승진, 취업 기회 등 다양한 차별로 이어진다.
역사상 그 어떤 때보다 평등과 보편적 인권, 정치적 올바름에 관심이 높은 지금, 극단적인 대립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맞다. 인기를 얻으려는 극우 정치인을 제외하면 일상에서 대놓고 차별을 옹호하는 인종주의자나 성차별주의자는 없다. 문제는 겉으로는 옳지 않다고 하면서도 속으로 품는 생각이 다를 경우다. 이 책에서 주로 문제삼는 편향인 젠더, 인종 편향의 작동 방식은 스스로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는 이렇다. 평균 3%의 편향만 있어도 승진 주기 20회 차가 진행되면 최상층 일자리의 82%를 남자가 차지하게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지 않더라도, 사소한 편향만으로 유리 천장은 뚫을 수 없다는 의미다. 다소 절망적인 시뮬레이션 결과지만 '편향의 종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편향을 극복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지역 주민과 접촉면을 늘리고 구성원에 마음챙김을 권하며 편향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경찰서, 젠더와 인종 등 집단의 속성과 상관 없이 개인의 직무 능력을 평가하고 보상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 등 편향적 사고를 줄일 방법은 있다. 여기서도 인상적인 부분은 이를 추진하려는 리더의 의지와 자질이다.
이렇듯 '블루프린트'와 '편향의 종말'은 결국은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책이다. 인간은 전반적으로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지만, 때로는 남을 미워하기도 한다. 미움이 집단적 광기로 번지지 않도록 일상의 편향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타자를 향한 혐오를 부추기는 사람이나 집단은 도움이 안된다.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손민규 예스24 인문·사회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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