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꾸미]美연준, 양적긴축은 불가능하다…유동성 공급 신호는?
"금리 인상기에 미국의 양적긴축(QT)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NH농협은행에서 외환 딜러로 근무하는 이낙원 외환전문위원은 미국이 강력한 긴축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봤다.
채권 평가손실로 인한 주요 미국채 투자국의 매도 가능성과 시장의 수급적 요인으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미국채를 매도하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외환 딜러로서 수 년 간 거시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대해 연구한 이 전문위원은 최근 책 '인플레이션 게임 : 유동성과 부의 재편'을 발간하면서 인플레이션의 발생 경로와 원인, 해소 과정, 투자 전략 등을 상세히 분석했다.
그는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연준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상환만 하는 소극적 QT를 하고 있다"며 "양적긴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제로금리까지 내리지 않더라도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동성이 다시 시장에 공급되는 신호로 실질금리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전문위원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내린다면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도심의 주거용 부동산과 미국 주식이 유용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풀영상은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지난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이낙원 전문위원 : 인플레이션은 크게 비용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수요견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나뉩니다.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 오일쇼크가 대표적이고요. 수요견인은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발생합니다. 통화를 풀어서 화폐 가치를 조절하는 방식이죠.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은 아주 일상적이기 때문에 보통은 이런 정책(재정정책과 통화정책)만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특히 경기침체의 골이 깊을 때는 저금리로도 소비가 잘 살지 않아서 양적완화 정책을 같이 사용하죠.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중앙은행이 매입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겁니다.
2008년 이후에는 저금리와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없었어요. 전 세계적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지면서 장기 저성장 국면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너무 많은 돈을 쏟아 부었어요. 2008년에 대비해서 1/3 정도 되는 기간 동안 1.6배의 돈을 쏟아 부은 거죠. 돈을 풀고 나서 자산 가격은 금방 다 복구됐는데 완화 기조를 계속 유지하니까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겁니다. 여기에 공급망 차질, 셧다운(경제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더해지면서 비용상승 인플레이션까지 겹친거죠.
Q. 인플레이션은 잡힐까요?
▶지금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고 계속 하락하고 있지 않습니까. 금리가 올라가면 이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요. 전쟁 이슈도 끝난다면 비용상승 인플레이션도 완화할거고 물가도 하방 압력을 크게 받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보는 게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거든요. 미국이 코로나로 인해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이탈했고요. 전 세계로 분산된 생산 공장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고요. 임금 부분을 봤을 때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기 까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Q. 제로금리 시대는 다시 올까요?
▶당연히 올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현재 4차 산업혁명이라든지 경제를 부흥시킬만한 여러 기술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따른 경제 아웃풋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내연기관이 처음 나왔을 때는 엄청난 경제성장이 있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고 나서는 유의미한 경제성장이 없었거든요. 아무리 엄청난 신기술이 나온다 해도 예전과 같은 고성장은 어렵다고 보고요.
역사적으로 보면 지난 30년 간 기준금리는 꾸준히 우하향해 왔습니다. 물가가 어느정도 잡히고 나면 올해말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올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제로금리가 아니더라도 유동성이 언제든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고 봅니다. 양적긴축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연준이 코로나 이전에 갖고 있던 자산이 4조2000억달러 정도였습니다. 이게 코로나를 거치면서 8조9000억달러까지 급증한거죠. 연준은 양적긴축을 통해 이 자산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인데요.
지난 1년 간 금리를 급격하게 높이면서 유동성을 흡수해 왔는데도 현재 연준의 자산은 8조6000억원으로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그냥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소각하는 아주 소극적인 양적축소만 하는 거죠.
지금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양적축소가 구조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요. 일본, 중국, 유럽 등이 미국채를 주로 보유한 국가들인데요.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죠. 이들 국가도 그걸 알기 때문에 미국채를 팔 수밖에 없고 채권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유동성 회수를 위해 갖고 있던 국채를 팔면 채권 시장은 아주 망가질 거예요.
양적긴축이 잘 안 된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한 2%정도까지만 낮아져도 제로금리 수준과 같은 유동성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이 유동성의 상당수는 부동산이나 미국 주식에 투입되면서 자산 가격이 다시 올라갈 거고요.
Q. 시중에 다시 유동성이 공급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여러가지가 지표가 있는데 저는 실질금리를 중요하게 봅니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건데요. 은행 이자가 물가가 오르는 수준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보는 겁니다. 예를들어 은행 이자가 4%인데 인플레이션이 7%라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게 손해인 거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건 화폐 가치가 하락(자산가치 상승)한다는 의미입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금리 상승기에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도 자산가격 상승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건데요. 유동성이 회수되는 국면이기 때문이죠. 금리 하락과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자산가격 상승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Q.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목할 투자자산은 뭐라고 보시나요?
▶도심의 주거용 부동산과 미국 주식입니다. 우선 도심 부동산은 계속 수요가 늘고 있어요. 인구감소 우려가 있지만 1인가구가 늘면서 가구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요. 지금은 금리 부담이 있긴 한데 향후에 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고점 대비 30~40% 빠진 상태일 겁니다. 그때는 매수세가 충분히 유입되겠죠.
미국 주식을 유망하게 보는 이유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에요.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데 전 세계가 이걸 다 사줘요. 철저하게 자국 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요. 역사적으로 봐도 미국 증시는 꾸준히 우상향해 왔습니다. 어느 한 금융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면 저는 미국 주가지수를 꼽을 거예요.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방진주 PD wlswn64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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