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도지사보다 교육감이 선거비 더 썼다니, 어이없는 깜깜이 선거
교육부가 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년 업무 보고에서 교육감 선거를 현행 직선제에서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교육감 선거는 러닝메이트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제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은 국민도 알 만큼 알고 있다. 17명의 교육감을 뽑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 61명이 한 사람당 평균 10억8000만원을 선거 자금으로 썼다. 함께 진행된 시·도지사 선거에선 1인당 선거 비용이 8억9000만원이었다. 시·도지사 후보보다 교육감 후보가 더 많은 선거 비용을 쓴 것이다. 상식 밖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도권 교육감 후보들은 엄청난 돈을 썼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득표 1·2위 후보는 40억원, 서울시 교육감 득표 1·2위는 30억원 넘게 썼다.
교육감 선거에 돈이 많이 드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유권자들이 워낙 관심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들의 이름도, 성향도, 공약도 모른 채 투표장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당 공천도 없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채 찍는 깜깜이 선거이다 보니 무효표도 작년 경우 시·도지사 선거의 2.5배가 나왔다. 이렇게 관심 없는 유권자를 상대로 인지도를 높이려니 후보들이 플래카드·팸플릿·유세 등에 과한 돈을 쏟아붓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낭비된 돈은 상당액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그동안 지역별로 5차례 이상 치르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교조 출신, 또는 전교조 지원을 받는 친(親)전교조 일색으로 교육감 자리가 채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2018년 경우 교육감 17명 가운데 14명이 전교조 간부 출신이거나 전교조와 손을 잡은 사람들이었다. 교육계의 가장 강력한 이익 단체인 전교조가 단일 후보를 정해 지원하는 이 전략은 국민이 교육감 선거에 관심 없는 틈을 타고 늘 효과를 발휘했다.
직선제의 대안으로는 러닝메이트제 말고도 정당 공천제, 시·도지사 임명제, 시·도 의회 선출제 등이 거론돼왔다. 적어도 지금의 직선제는 너무 문제가 많다는 점은 확실해졌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 개편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좌파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라고 보는 민주당이 전교조에 유리한 현행 직선제를 바꾸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교육 개혁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둬 교육감 선거제 개편도 이룰 수 있는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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