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임신중단 입법공백 2년…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2023년 국가는 반드시 정답을 제시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당장 답이 필요한 중요한 과제론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임신중지와 관련된 후속 입법, 아동 성폭력 피해자 영상 진술 위헌결정 이후 아동 피해자 진술 관련 후속 입법, 지역사회 현안인 성폭력 출소자에 대한 재범 방지 대책, 노동자 안전과 관련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실효성 제고, 생명을 지키지 못한 스토킹 피해자 보호 정책, 외국에선 합법, 국내에선 불법인 ‘대마’ 등 마약 관련 대책 등이 있다.
다음으로 당장은 아니지만, 반드시 답이 필요한 중요한 과제론 인구 절벽에 대비하기 위한 포용적 이민정책,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부패근절대책, 국제사법공조가 반드시 필요한 초국가적 범죄 대응 방안 등이 있다.
급하고 중요한 현안에 대해선 국가는 최선을 다해 답을 찾는다. 하지만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정책에 대해선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국가는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정책에 대해 선제적으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럴 때 국민은 국가 정책에 대해 감동을 넘어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2022년을 돌아보면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과제뿐만 아니라 급하고도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도 답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를 보았다.
2023년 국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급하고 중요한 현안에 대해 먼저 확실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논란이 첨예한 임신중지에 대해 국가는 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와 이념은 없다. 또한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인적(全人的) 결정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에 대하여 단순 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입법자는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의 종기를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 결정가능기간 중 일정한 시기까지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까지를 포함하여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입법재량을 가진다”라고 하면서, “2020년 12월31일까지는 개선 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 조항들은 2021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하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정부는 임신 14주 이내에는 여성의 결정에 따라 임신중지를 할 수 있고, 24주까지는 제한적으로만 허용하자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선 적극적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국민의힘에서는 제한적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어느 하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2023년 1월 현재, 형법상 낙태죄 효력은 완전히 상실되었다. 임신주수와 관계없이 임신중지가 허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임신중지 의약품인 ‘미프지미소’는 여전히 국내수입이 허가되지 않고 있다.
이 무슨 희한한 일인가? 국가는 더 이상 국회 뒤에 숨지 말고 임신중지에 대해 답을 제시해야 한다. 임신주수에 따라 임신중지를 제한하는 입법을 한다면 성관계 직후 임신이 되지 않도록 하는 사후 피임 의약품을 허용해야 한다. 임신주수와 관계없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입법을 한다면 태아의 생명권보다 임신중지 결정권이 우월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어렵다고 문제를 풀지 않고 내버려 두면 그 피해는 오롯하게 국민에게 돌아간다. 더 이상 답을 미루어선 안 된다.
승재현 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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