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검사라는 공직

기자 2023. 1.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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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벌이는 검사 16명의 이름과 소속, 사진을 공개했다. 관련 수사 검사는 모두 60명이란다. 민주당 대변인은 “야당 파괴와 정적 제거에 누가 나서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필요하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수사 검사 90명의 명단도 공개하겠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검사들의 명단 공개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들의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당하도록 선동”하는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명단 공개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지 따지기 전에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검사들의 명단은 누구도 공개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냐는 거다. 검사의 수사와 기소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공적 활동이다. 개인의 영달이나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악용해선 안 된다. 공직자의 공적 활동은 공개되어야 하고, 공직자는 자신이 벌이는 공적 활동에 대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수사 검사에 대한 명단 공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검찰 스스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랄 수 있는 야당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는 거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보복을 하는 게 아니라면, 검찰 스스로가 떳떳하다면 먼저 검사들의 이름을 밝히면 안 될까.

검찰은 내세우고 싶은 사건은 기자들에게 슬쩍 흘리기도 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공개 브리핑도 곧잘 한다. 그러나 부담스러운 사건이 있으면 철저하게 비밀의 장막 뒤에 숨는다. 공직자가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한다면서도 이름과 얼굴 등 기본적인 신상을 숨기려고 하는 것은 그저 발뺌에 불과하다.

나는 공무를 수행한 적도 없고 공인도 아니지만, 내 이름을 걸고 이 칼럼을 쓰고 있다. 오늘 지면에서 만나게 될 숱한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모두 자기 기사에 실명을 단다. 이를 흔히 바이라인(by-line)이라 부른다. 어떤 기사는 적대적인 반응에 시달리기도 하고, 날마다 얼굴을 맞대야 하는 사람이 불편해할 기사를 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자기 기사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이름을 내걸고 있다. 기자도 물론 공인은 아니다.

버스 운전기사도 택시 기사도 모두 자기 이름을 내걸고 일한다. 화장실 청소 노동자도 그렇다. 불편한 게 있거나 뭔가 모자라는 게 있다면 연락해달라고 담당자 이름을 적어둔 곳은 너무나 많다. 사영기업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인데도 그렇다.

사영기업이 이 정도라면, 국가는 사뭇 달라야 한다. 단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영기업과 달리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모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의 규정은 공무원이 자기 이름과 얼굴을 숨기며 어둠 속에서 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비밀정보기관 종사자들만이 예외일 뿐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게 법치다.

이재명 대표 사건 수사 검사 60명, 문재인 전 대통령 사건 수사 검사 90명. 모두 150명의 검사를 두 사람 관련 사건에 투입했다. 놀라운 일이다. 숫자만 엄청난 게 아니다. 검찰의 핵심 역량도 문재인·이재명 두 사람의 형사처벌을 위해 총동원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특수부 검찰의 핵심 역할을 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온통 민주당 관련 수사에만 골몰하고 있다. 야당 탄압을 위한 수사에도 여당 인사를 슬쩍 끼워 넣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기도 하는데, 이런 형식적인 꾸밈조차 없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그대로 돌진할 뿐이다. 반부패수사부 부장 세 명이 모두 윤석열 사단이다. 문재인·이재명 두 사람이 대한민국 부패의 온상이며 전부라도 된다는 것처럼 검찰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럴수록 검찰은 책임 있는 모습, 국민 앞에 떳떳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명백한 정치보복이고 전형적인 검찰권 남용이다. 대통령 본인은 그렇다 쳐도 대통령 부인이나 장모가 연루된 사건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법의 지배는 법의 이름을 빌려 남을 괴롭히면서도 자신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뻔뻔함의 다른 이름은 아니어야 한다. 법의 지배는 그가 검사이든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어도 공무원으로서 공직을 수행한다는 기본을 확인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만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실세도 법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말뜻 그대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지켜지는 게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공직자의 공무 수행은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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