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정은]韓美의 북핵 ‘공동 대응’ 앞에 놓인 함정들
이정은 논설위원 2023. 1.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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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핵전력 '공동 연습'을 하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의 여진은 외신들로부터 적잖은 주목을 받은 듯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공동 핵 훈련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내용이 아시아와 유럽, 중동 지역 매체에까지 온라인 기사로 보도됐다.
대통령실이 "미국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과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한 부분은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성명 문구와 똑같다.
한국과 미국의 북핵 공동 대응 논의는 아직도 초기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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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발언과 바이든 답변이 부른 혼선
확장억제 공동 기획·시행 수준 높여야
확장억제 공동 기획·시행 수준 높여야
미국과 핵전력 ‘공동 연습’을 하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의 여진은 외신들로부터 적잖은 주목을 받은 듯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공동 핵 훈련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내용이 아시아와 유럽, 중동 지역 매체에까지 온라인 기사로 보도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의 요청을 ‘거부(reject)’했다거나 ‘무시했다(snub)’고 제목을 단 곳들도 있었다.
미국이 동맹국에 어떤 수준의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때이긴 했다.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가 새해 꼭두새벽부터 나온 터다. 러시아의 핵 위협도 다시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노(No)”는 다른 나라들에 일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르겠다. 핵무기 운용의 독점권에 미국이 얼마나 완강한지를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면서 해프닝처럼 마무리되긴 했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다. 대통령실이 “미국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과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한 부분은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성명 문구와 똑같다.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인데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기대만 부풀린 셈이 됐다. 대외적으로 한국이 핵 공동 훈련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모양새로 비친 부분도 아쉽다.
당초 북핵 대응의 해법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대안을 짜내려니 이런 논란은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나토(NATO)식 핵 공유나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국에 남은 선택지는 미국의 확장억제책에 기대는 것뿐이다. 핵보유국들끼리만 한다는 핵 공동 훈련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한미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곤 ‘테이블톱 연습(TTX)’ 등의 모의훈련에 한정돼 있다.
미국이 핵 훈련을 함께 하는 상대는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유일하다. 나토는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으로 불리는 미국과의 합동 훈련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4개국 60개 전투기가 미국의 B-52 전투기와 함께 핵전쟁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을 펼쳤다. 러시아가 자국 핵 훈련인 ‘그롬(Grom)’을 진행한 시기에 맞대응하는 구도를 연출했다. 미국은 “동맹의 핵억지력이 안전하게 확보되고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대외적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러시아는 그래도 긴장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북핵 공동 대응 논의는 아직도 초기 단계다. 북한의 핵개발이 고도화하면서 미국의 태도에도 일부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핵 운용의 공동 기획 등을 통해 한국이 관여할 여지를 늘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여전히 커 보인다. 입장 차가 오해나 혼선을 부르는 상황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자체 핵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강경론자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한국핵자강전략포럼’ 같은 자체 핵무장론자들의 연대가 조직을 갖추고 본격 활동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들의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동북아 핵 도미노’를 부추기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양국 정부는 협의 과정에서 공동 대응의 세부 내용을 사실상의 핵공유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가능한 선에서 최대치까지 끌어올려도 억제 효과를 볼까 말까 할 정도로 북핵 위협은 커져 있다.
미국이 동맹국에 어떤 수준의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때이긴 했다.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가 새해 꼭두새벽부터 나온 터다. 러시아의 핵 위협도 다시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노(No)”는 다른 나라들에 일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르겠다. 핵무기 운용의 독점권에 미국이 얼마나 완강한지를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면서 해프닝처럼 마무리되긴 했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다. 대통령실이 “미국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과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한 부분은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성명 문구와 똑같다.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인데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기대만 부풀린 셈이 됐다. 대외적으로 한국이 핵 공동 훈련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모양새로 비친 부분도 아쉽다.
당초 북핵 대응의 해법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대안을 짜내려니 이런 논란은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나토(NATO)식 핵 공유나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국에 남은 선택지는 미국의 확장억제책에 기대는 것뿐이다. 핵보유국들끼리만 한다는 핵 공동 훈련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한미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곤 ‘테이블톱 연습(TTX)’ 등의 모의훈련에 한정돼 있다.
미국이 핵 훈련을 함께 하는 상대는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유일하다. 나토는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으로 불리는 미국과의 합동 훈련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4개국 60개 전투기가 미국의 B-52 전투기와 함께 핵전쟁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을 펼쳤다. 러시아가 자국 핵 훈련인 ‘그롬(Grom)’을 진행한 시기에 맞대응하는 구도를 연출했다. 미국은 “동맹의 핵억지력이 안전하게 확보되고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대외적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러시아는 그래도 긴장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북핵 공동 대응 논의는 아직도 초기 단계다. 북한의 핵개발이 고도화하면서 미국의 태도에도 일부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핵 운용의 공동 기획 등을 통해 한국이 관여할 여지를 늘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여전히 커 보인다. 입장 차가 오해나 혼선을 부르는 상황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자체 핵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강경론자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한국핵자강전략포럼’ 같은 자체 핵무장론자들의 연대가 조직을 갖추고 본격 활동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들의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동북아 핵 도미노’를 부추기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양국 정부는 협의 과정에서 공동 대응의 세부 내용을 사실상의 핵공유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가능한 선에서 최대치까지 끌어올려도 억제 효과를 볼까 말까 할 정도로 북핵 위협은 커져 있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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